2015
| 저자 | 전영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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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세요?
태어났을 때 난 이미 낡아 있었지
누군가 쓰다버린 팔다리를 주워다
정성스레 꿰맨 자국이 있고
해변에 뒹굴던 머리통을 주워다 얹었는지
수시로 머리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지
엄마라고 처음 내뱉는 순간 입에선 나방이 쏟아졌지
껍데기를 둘둘 감고 있던 번데기는 그새 부화했고
겨우 찾은 내 목소리에선
노인의 쉰 소리가 섞여 있었지
북극성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내 눈은 이미 북극성을 알고 있었지
원래 누구의 눈이었을까
이상할 만큼 가늘고 옅은 손금
수레바퀴가 한 바퀴, 두 바퀴 구르는 걸 세다가
숫자들이 사라지고 바퀴가 구른다는 것조차 잊어버렸을 때
손금도 조금씩 사라졌지
거울 볼 때마다
한 번도 나를 알아볼 수 없지
당신, 아니 나는 누구세요?

전영미
2015년 《시인동네》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