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문성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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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백 년에 비하면
오늘은 개천절
가족과 용문사엘 간다
그곳에 있는 천이백 년 된 은행나무처럼
홀로 우뚝하지 못할 바에는
이렇게 공휴일이면 온 가족이 몰려다니며
의기투합을 확인해야만 한다
지하철로 환승을 해서 용문역에 가면
아직도 뷔페식당에서 차가 마중 나오는 시대가 있다
여전히 먹는 게 통하는 세상이 참 신기하다
조금 전까지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한 차에서 한 솥의 음식과
뽕짝 노래로 흔들리노라면
우리도 우주에서는 한 화분 속의 모래들
여전히 은행잎 하나 떨구지 않고 건재한 천이백 년 앞에서
겨우 몇 십 년 된 인간들이 사진을 찍는다
굽이치는 능선 같은 천이백 년 앞에서
기껏 한 차에 한 솥밥 먹은 인간들이 아는 체를 한다
용문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시 만나
껄떡거리며 명함도 돌린다
아침에 나란히 앉아 왔던
다문화 일가족과 또 옆자리에 앉아 돌아오는 저녁
허구 많은 지하철에서
그것도 하루에 두 번씩이나 옆자리라니
참, 신기하고 희한한 일이지만
그리 호들갑 떨 일도 아닌 듯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천이백 년에 비하면
아직은 풀잎의 인연인 듯했다

문성해
경북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