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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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성해 

  천이백 년에 비하면

 

 

 

 

 

 

  오늘은 개천절
  가족과 용문사엘 간다
  그곳에 있는 천이백 년 된 은행나무처럼
  홀로 우뚝하지 못할 바에는
  이렇게 공휴일이면 온 가족이 몰려다니며
  의기투합을 확인해야만 한다
  지하철로 환승을 해서 용문역에 가면
  아직도 뷔페식당에서 차가 마중 나오는 시대가 있다
  여전히 먹는 게 통하는 세상이 참 신기하다
  조금 전까지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한 차에서 한 솥의 음식과
  뽕짝 노래로 흔들리노라면
  우리도 우주에서는 한 화분 속의 모래들

 

  여전히 은행잎 하나 떨구지 않고 건재한 천이백 년 앞에서
  겨우 몇 십 년 된 인간들이 사진을 찍는다
  굽이치는 능선 같은 천이백 년 앞에서
  기껏 한 차에 한 솥밥 먹은 인간들이 아는 체를 한다
  용문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시 만나
  껄떡거리며 명함도 돌린다

​

  아침에 나란히 앉아 왔던
  다문화 일가족과 또 옆자리에 앉아 돌아오는 저녁
  허구 많은 지하철에서
  그것도 하루에 두 번씩이나 옆자리라니
  참, 신기하고 희한한 일이지만
  그리 호들갑 떨 일도 아닌 듯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천이백 년에 비하면
  아직은 풀잎의 인연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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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해
  경북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