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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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요나 

   

  

 

 

                                                                                  

Your slow burning loneliness 묘희

           

 

 

 

                        

   너의 왼손과 나의 오른손이 하얀 피아노 건반 덮개를 처음 열던 날 태어나 마지막으로 닫는 날 죽는 토네이도를 만나도 겁낼 필요 없단다 무릎을 접고 주저앉지 말렴 밤이 죽어 어디로 가는지 그 누구도 몰라 사람들은 그녀의 등 뒤에 얼굴을 파묻고 아직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잠이 드는 중이지 너만 빼고 깨진 유리컵의 시큼한 날처럼 잠들지 않는 너만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든 나를 앞에 둔 채 교탁의 왼쪽이거나 오른쪽에 서서 우리가 아는 가장 야만스러운 선생의 흉내를 내지 연기가 날 만큼 뜨거운 물의 얼굴을 하고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바닥에 널린 쓰레기들처럼 교탁 위로 올라설 수 없다는 거 어른의 흉내를 낼 수 없게 된 어른들은 그때부터 짐승이나 벌레의 흉내를 내려고 하네 천국도 지옥도 시간이 지나면 녹아가겠지만 이 지상이 대신 악마와 천사들의 연옥이 되어줘야 하는 건 아니야 묘희야 여름과 바람이 죽어서 가는 곳으로 우리가 따라갈 수는 없단다 부엌 바닥에 떨어뜨린 식칼처럼 희야 진동하는 열차 안은 이제 참 지긋지긋해 그래도 나는 안도한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잠자리가 내쉬는 안도의 숨결이 내 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숨이 잠시 차올라도 나는 알아 너의 갈비뼈를 닮은 공원 단 하나의 벤치에 앉아 네 앞으로 사원 모양의 카스테라 가득 담긴 노란 상자를 건네면서 아직은 아직은 만지지 마 뜨거우니까 아직은 입에 넣지 말라고 말해 줄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아 식을 때까지 비에 젖은 비둘기들 쳐다보고 있지는 말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네가 카스테라를 오래 된 캐비닛처럼 식게 해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내가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걸 알아 너는 붉은 도마뱀을 좋아할 수 있고 나는 싫어하는 척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걸 알아 높고 난간 없는 침대를 네가 무서워한다는 걸 알아 나 어쩌면 바다 건너 눈의 나라로 다음 달에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거짓말을 한 날 밤 네가 눈물을 너무 많이 닦아서 끈적해진 손으로 내가 잠들어 있는 침대를 흔들고 흔들고 또 흔들다가 내가 침대 밑 마룻바닥으로 추락해버린 날 너의 가슴이 아니라 바닥으로 회색 바닥으로 어깨부터 떨어져 버린 날 네가 나의 아픔을 너의 아픔으로 알아버리게 되어서 알고 싶지 않았는데 거울 위에 얼굴을 아무리 비벼도 보이지 않는 네 해골의 모양처럼 알고 싶지 않았다는 걸 알아 너의 높고 빛나는 겁나는 침대는 네 마음 가장 높고 뾰족한 지붕에 걸쳐진 나라는 모양의 침대라는 걸 알아 희야 묘희야 나의 등 뒤에서 활활 타오르는 만 개의 팔을 흔드는 외톨이 사랑은 양날의 칼이 아니라 칼보다 날카로운 손잡이라서 세상을 향해 앞으로 가방을 메고 내내 화를 내는 희야 같이 손을 맞잡고 어른이 되자는 건 무슨 뜻일까 흔들거리는 침대 가장자리에 함께 걸터앉아 밤이 오고 밤이 가고 밤이 오고 밤이 자꾸만 오가다 보면 네가 내쉬는 투명한 숨이 우연히 열려버린 검은 자물쇠처럼 철컥 떨리는 일이란 어떤 뜻일까 서로의 입에 과자 말고 감기약을 넣어주는 모습처럼 무릎을 쥐고 머리를 흔들며 배가 아프도록 웃을 수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알아 너와 나 시간이 지나면 감기약보다 일찍 녹겠지만 녹아내리겠지만 그러니까 나의 묘희야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가린 채 아무것도 무서워 마 이 세상의 이름을 몰라도 부를 이름이 없는 검푸른 대지라고 해도 언제든 이 세상을 너는 감히 미워할 수 있으니까 상큼하게 뭉개진 케이크 냄새 너라는 붉은 생일이 막을 내리면 또 다른 울음의 생일은 온단다 세상의 달력들이 인간의 생일들로만 가득 차 있다고 천사들의 생일이 드리우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알약보다 쉽게 녹아서 겨울은 한 번씩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나의 희야 묘희야 네가 흉내 낼 어른들도 짐승들도 벌레들도 모두 이 땅에서 사라질 때 나는 아직도 이 위에 있을게 푸른색 이불을 펄럭거리면서 여기 이 위에 여기 이 위에

 

 

 

 

  

 

 

                                                                         

홍수가 휩쓸어가지 않은 이야기

                 

               

           

     

   

       내가 울 때

 

 

    내가 울 때

 

 

  눈물보다 투명한 칼 속에서

             내가 울 때…

 

 

 

                                                  나너랑화해같은거하려고온거아니야그건알아뒀으……해아까너만나러오는길에찻길한가운데에서개박살난오토바이랑그오토바이에……고있던사람의개박살난머리통을봤는……정말징그럽고역겹더라미안하지만너하고만엮이면아주살짝만엮이……나는항상구토가나올것같은일을겪……그머리터진오토바이운전자위로뭐가날아들었는지아니?까마귀야까마귀세마리가……아들어서경찰들이쫓아내고있더라아무튼나너하고더이상옛날일자세하게이……기하고싶지않아그냥그……만물어볼게대답하라고물어보는거아니야적……도내삶에서만큼은네가대답도못하고대……을못해서질문도못하는까마귀처럼살아줬으면해아물론네가……마귀같다는건아……야물어보고싶은건너는아까찻길에서죽은사람하고그사람살을파먹던까마귀중에네가누……라고생각하니?그럼나는누구라고생각하니?대답하지마내가정답을……려줄게나는까마귀도아니고오토바이운……자도아니고마른하늘에갑자기웬인간의피를뒤집어쓰게된더……운까마귀한테얼굴을밟혀야했던아스팔트야너는아무것도싣고있지도않으면서시속사백키로미터로아무데나달……던트럭이나마찬가지야내가볼때네인격은네영혼은아까그……토바이운전자처럼검붉고냄……나게터져버렸지만아직도멀쩡한네은이제그만달리는걸멈추고절벽아……로추락해서바위더미에처박혀버렸으면해그텅……트럭말이야

 

 

 

  ……

 

  …………

 

  …………

 

 

   살아있는 사람들은

 

 

     내가 울면

      내 아래 묻힌 것이 우는 소리인 줄 압니다

 

 

 

 

          내 심장의 무덤이었을까요? 나는

 

 

 

 

  * 위 시 「홍수가 휩쓸어가지 않은 이야기」는 특별한 시행 처리로 인해 구 웹진에도 전문을 싣습니다.

  구 웹진의 표기가 작품 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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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요나  l

2018년 《페이퍼이듬》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물과 민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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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