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김미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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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처럼 걷는 꿈을 꾸었다
젖은 양말을 벗는데
돈벌레 한 마리 떨어진다
돈 벌러 나갔다 벌레만 데려왔다
그것도 죽은 것을!
공돈이 생기는 날이면
돈벌레가 벽을 타고 돌아다녔지
처음 독립한 자취방 아버지가 놓고 간
쌀 한 가마니가 전부였던 스물넷
냄비에 죽을 쒀 간장을 비벼 먹으니
사천오백 원짜리 김치찌개 생각이 간절했지
허기가 불면처럼 따라다니고
새까맣게 탄 방바닥을 바라보면
불쑥 낯선 손이 솟아오를 것 같아
창을 열면 벽이 가로막힌 또 다른 가난이 보인다
이렇게 작았던가 창문은 낡은 새장 같다
날아갈 수 없는 새들은 가만히 얼룩을 쪼아먹는다
더듬더듬 벽에 붙어 눈 감으면
아버지의 어두운 등이 보인다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절지의 감각
계단을 물결처럼 걷는 꿈을 꾸었다
쓰레기통
일기장을
찢어
구겨
던져
삼키지 못할 말들 있잖아요
버릴 땐 아무 생각 안 하기로 해요
질서가 없는 탑
발로 차면
그냥 깡통
사리 나왔어요?
안 나왔어요?
이상하다
분명
참았는데
꾹꾹 눌러
담았는데
사라지지 않는 말들 있잖아요

김미소 l
2019년 《시인수첩》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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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