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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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도경 

   

  

 

 

                                   

나의 리듬에게

            

 

 

  

                     

인사할게

 

수줍게

고마웠다

미안했다

슬펐다

 

문장을 고르고 숲처럼 삶을 꺼내고

바람처럼 지휘를 하고

 

빈 종이에 조금씩 글자를 채울게

많이는 아니고

조금씩

차분하게 나를 인사할게

동시에

너를 찾을게

 

내가 타인과 있을 때마다 반응했던 심장

보다 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의 핏줄

보다 더 형용할 수 없는 기원에 대한 악보

 

나는 너로 변하는 과정을 기술하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시보다는 편지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 언어는 감각적인 것보다는 산문적인 언어가 적합할지도 모른다

 

수줍게

너의 손을 잡는다

처음은 아니었고 머리가 울리게 시를 읽던 그 시절처럼

너와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고맙게

너를 포옹한다

이 감각과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

수만 번의 문장을 적었다 지운 것도 기록한다

 

미안하게

너 때문에 많은 이들과 헤어진 것은 아닐까

너를 원망하기도 했다고 나는 그저 그런 인간이라고

윤리적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슬프게

아주 바닥 깊은 곳에서 울었는데

그때 내 주변으로 네가 와주었고

빌다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꺼냈다

 

언어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 순간이

기도라고

너는 항상 내 옆에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는데

그것이

그런 리듬이

 

인사할게

처음처럼

끝처럼

리듬을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으로

 

 

 

 

  

 

 

                          

힘의 언어

                

 

               

           

      

달리기를 시작해

마라톤 경기를

 

아무도 몰라줄지라도

이 경기가 끝나지 않을지라도

 

나라는 주어를 잃어버리고 너라는 도착을 꿈꾸며

 

언어로 이루어진 힘을 믿고

언어로 이루어진 일주를 믿으며

 

이 시는 시집을 이루고자 해

시집으로 펼쳐지는 시간의 이어짐이

 

너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달리기로 시작했다가

시집으로 마무리되는 

 

*

 

별과 별

별 같은 언어의 마침이

 

우주로 도착했다면

우주에서 물의 성질을 지닌 조각과 마주하고 있다면 얼음과 유사하며 시각과 촉각이 뒤섞인 공감각과 유사하다면

 

빗방울이 공전해

이곳의 체험을

이곳의 언어를

 

빗방울은 내 주변을 감싸고 나라는 언어를 감싸고

우리의 몸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실을 마주해

 

나는 예전에 읽은 동화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본 적이 있고

그때의 진실이 지금의 진실과 만나는 순간일지도 몰라

 

체험해내는 것

체화해내는 것

 

나의 우주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면

너의 지구에서도 비가 내릴 수 있어

 

너를 채우는 수분이 비를 부를 수 있어 

 

*

 

너는 내면의 공간으로 들어가자 아이의 형상을 띈다 아이인 너는 집 안에 있다

 

비를 내리게 하는 자판기에서

폭우를 선택하고

 

집안 가득히 빗방울이 쏟아진다

이 감정이 낯설지 않고

이 서사가 익숙한 너는

 

내면의 공간으로 어른이 들어오는 순간을 만난다

어른의 네가 아이의 너를 마주한다

 

빗방울은 피할 수 없고

흠뻑 젖은 너희에게 포옹은 인식이다

 

태아의 네가 느꼈던 감정을 지금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포옹을 지금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여인들의 눈물을 지금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너는 너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방 안에 가득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의 감각으로 인해

바깥은 너로 이루어진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것도

 

* 

 

어떤 처음으로 시작하고 어떤 마침표를 찍을까

 

어떤 어른이 어떤 빗방울을 이룰까

 

우주의 저편에서 비가 내리고 있고

 

너의 지구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많은 네가 비를 맞는 순간을 기억한다

 

수많은 네가 빗방울이 되었다가 다시 빗방울을 맞는 개체로 돌아오는 순간을

 

여름의 장마가 시작되면 우주의 수분이 지구로 몰려왔다

 

모든 기억이 응집되고 뒤섞였다

 

아주 머나먼 여정일지라도 이 서사는 멈추지 않았다

 

긴 역사가 미래를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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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l

2021년 《아시아》 등단. 시집 『숨과 숲의 거리』가 있음. 〈심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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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