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조직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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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의 정류소
산엔 눈이 내리고
여긴 꽃이 핀다
오르지 않고서는 고지에 닿지 못한다
먼 눈빛으로는 알 수 없는 곳
산 위에서 사람들은 겨울을 걸어 내려왔다
중턱에서 오래 머무는 구름은
늘 겨울을 본다
나는 산 아래서 꽃을 보고
겨울을 보기 위해 멀리서
고지를 경유하는 버스를 탄다
창밖은 겨울, 순간순간이 지나간다
새들의 날개에 봄을 실어보지만
바람이 움켜쥐고 있는 나뭇가지에
빈 새집만 덩그렇다
과거는 현재 속에 있다
지나간 것 같지만 그대로 있다
무릎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내려왔을 때
아이젠 한쪽이 달아났고
까마귀 울어대던 고지의 정류소에
까맣게 하늘을 뒤덮고 눈이 쏟아졌다
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길이 끊긴 고지에
봄은 한참이나 멀리 있었다
그때도 여전히
산 아래에서 보면
눈구름 위 하늘은 푸르렀고
여기 동백꽃은 붉었다
책은 새가 되어 날고 싶다
처음으로 따뜻한 손에 잡혀
등을 펴고 눕는다
꽂힌 그 자리에서 면벽하고 오래 박혀 있어
뻣뻣하게 굳은 몸은 꾹꾹 누르지 않으면 펴지지 않는다
그저 바람 한번 타고
등을 눌러 날개를 펼칠 때
부풀어 벌름거리는 콧구멍
날개 없는 새가 난다
가끔 옆으로 밀린 적은 있으나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인 적이 없다
앞뒤 서로 달라붙어 숨도 못 쉬었다
책상에 누워 심호흡을 한다
몸이 말랑말랑 살아난다
보이지 않는 지문이 얼룩처럼 남는다
한 세계가 열린다
편애의 얼굴, 날개에 도그지어*가 만들어지면
꼬리라도 흔들고 싶다
문자를 꾹꾹 눌러 참는 것도 수행
날개를 접고 서 있으면
입을 뗄 수 없어 그대로 박제가 되는 것은 흔한 일
책은 새가 되어 날고 싶다
*dog’s ear. 책장 모서리의 접힘, 책장 모서리를 접다.

조직형 l
201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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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