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윤선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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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서리가 내린 산책로 벤치에 한 사람의 엉덩이만큼 녹아 있다
방금 일어난 것인지, 오래도록 곡진했을
그 자리에 엉덩이를 포갠다
다리를 뻗은 채 꼬아야 하는 자세
시선을 무연히 하천에 던진다
바늘 끝에는 어떤 생각이 걸린 것일까
기다림은 저릿한 감각을 견디며 서리를 맞는 일
삼킨 말이 걸린 듯 밭은기침을 한다
누구의 삶을 좇는 건 내 삶의 파문을 풀어주는 일
타인에게 시선의 끝을 처리하지 못하는 오래된 습관이
이곳에서는 유효하지 않다
새벽바람에 나무들이 수선스럽다
마른 잎들이 미처 떨어내지 못한 바람의 속내를 읽어낸다
감당할 수 있는가, 는 감내해야만 하는 필연
시선을 거두고 일어선다
서리를 맞은 또 다른 마음이 멀리서 걸어온다
그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나에게 가까워질까
나란 반죽을 떼어 어느 저수지에 버렸을지 모르지만
무심결에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지 않을는지,
사랑하면서 멀어진 사람은 산책자다
놀이터, 유년의 무늬
당신은 흐르고 싶어서 비를 듣고, 우리는 피지 못해서 꽃을 바라본다
수국이 진다, 가 아니라 잔다는 말은 조급함이었을까
없음을 갈구하는 마음이 간절한지
모래에 배설물을 묻는 고양이는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이랑을 만든 아이들이 놓고 간 손자국에는 온기가 남아 있을까
매달려 발버둥 쳐도 닿지 않던 바닥이 철봉에 손을 얹을 수 있을 만큼 올려준다
눈물을 받아준 구석으로 걸음을 옮기면 마른 먼지만 날린다
종이에 베어 핏물 고인 손가락 사이는 속살을 드러낸 채 더는 피조차 맺히지 않는다
생각의 바람이 수시로 방향을 바꾼다
바람 부는 쪽으로 달리면 보일 것 같던 계절은 이제 끝이 보였다
고함을 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얇은 귀를 가지게 되었다
더는 힘없이 주저앉을 수 없는 바닥을 바라본다
털어내지 못하는 뒤편을 가진 이후,
어떤 말은 체증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윤선중 l
2007년 《시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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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