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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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서 

  

  

 

 

              

옥상

            

 

  

                  

   

  아래쪽이 탁 트여서

  나는 안 보이던 것까지 기다리게 된다

 

  길고양이부터 개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360도

  넓고 평평해서

  눈이 아래쪽에 머문다

 

  아래쪽에서 머물던 눈을 밀치고

  사람이 골목길을 지나간다

  모를 확률 99.9%

  흑과 백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눈에서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위쪽이 잠잠하다

  아래에서 위쪽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손이 난간을 잡고 몸을 지탱한다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갈 문을 찾는다

  위에서 내려갈까?

  아래쪽에 고함을 지를까?

  생각이 위, 아래쪽을 왔다 갔다

  갔다가 되돌아와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  위쪽이 사각의 섬이 된다

 

  오른손이 중지로 누르던 것을 왼손이

  검지로 눌러도 패스워드가 입력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문제를 내고

  나는 나에게 문제를 받고

  나는 괜찮다 괜찮다 나는

 

​  문이 열리지 않고 혼잣말이 문제를 푼다

 

 

 

 

  

 

 

              

습관

                

 

               

           

   

   끝까지 가서

   끝이 나지 않아서

 

   길이 나서 발이 떼져서 어둠이 내려서 별이 보여서 다음 행동이 뻔해서,

 

  A 다음에 B가 나와서 커피가 써서 몸이 깨어나서 손이 더듬거려서 달팽이 걸음이라서 마음이 앞장서서 뼈가 바닥에 닿아서 쉼 없이 꼬물거려서 아침이 돼서 창문이 열려서 음악이 춤춰서 풍선이 시끄럽지 않아서 끈이 끊어져서 접속 부사가 계속 날아다녀서 다시,

 

  눈이 말똥거려서 하얀 밤이 살아나서 연필이 아니고 볼펜이라서 종이가 지워지지 않아서 시가 써져서 문자가 찢어져서 그래서,

 

  연결음이 뚜뚜 들려서 맨손 체조를 해서 낮이 뒤처져서 길이 지루해서 팔다리가 접혀서 가끔 옆을 봐서 눈이 마주쳐서 손수건이 없어서 머리를 긁적여서 식은땀이 흘러서 일이 마무리가 안 돼서

 

  however가 나와서 영어라서 사전이 없어서 코로나 백신이 생각과 달라서 3차를 맞아서 걱정이 쌓여서 휴,

 

  여기까지가 오는 경로라서 옆으로 내릴 수 없어서 로봇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머리와 심장을 떼어내서 therefore라서 생각과 눈물이 말라서 어째서,

 

  칼이 옆에 있어서 발바닥에서 쇳가루를 긁어내서 어제 걸어서 오늘도 걸어서 쇳가루가 뿌려져서 길이 포장이 돼서 오늘이 쉽게 가서 중간이 잘라먹어서 내일이 생략돼서 어제가 돌돌 말린 시간을 풀고 있어서

  

 

 

 

 

 

 

 

 

 

 

 


 

공시사의시선-김서.png

김서  l 

2021년 《사이펀》 등단. 〈방송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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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