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완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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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말의 바이러스가 퍼질 때
문득 당신과의 거리가 생각났다
내 입을 감춘 뒤에야
우리 거리가 불공평했다는 걸 알았다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거나 말할 수 없이
나는 말의 숙주
당신에게 다가가려 하면
당신은 언제나 신기루로 사라졌다
내 헛기침에 꿈쩍하지 않았고
타협의 거리를 재려 하자
기생물이 우리 사이에 금을 그어 놓았다
나는 눈덩이 같은 의문을 보지 못한 채
당신에게 팽팽한 안부만 물었다
당신이 돌아서면
우리 사이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당신 뒤를 캐자
거짓 믿음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맹신의 확진자들이 모여든 곳에선
어떤 소독제로도 거짓을 죽일 수 없다
침방울은 불안한 마음에 튀니
의심의 마스크를 바짝 추어올려야지
우리는 몇 미터쯤 불공평했을까
생각의 거리를 두니
우리 사이에 완치가 보인다
나는 나를 격리해 꼼짝달싹하지 않겠다
내 맹신의 열이 가라앉을 때까지
하운에게*
구름이 진버짐같이 핀 밤하늘에
둥근달 얼금얼금 떠오르면
보리밭에선 피리 소리가 난다
어둠의 체에 햇빛이 걸러진 밭
축축한 어둠 속에서
보리꽃 향기 피어오르면
피리 소리는 핏빛이 된다
숨넘어가듯 이어지는 바람 소리는
하운의 문드러진 신음
바람 따라 숨어들었을 하운은
꽃 피는 봄을 기다렸을까
남도 마을에 소문 낮게 낮게 퍼져
밤마다 인적이 무덤같이 섰어도
하운은 어둠의 구멍들 짚었겠지
밤이 좋아, 밤이 좋아
발가락에 핀 달빛에도 놀랐겠고
황톳길에 아롱졌을 눈물처럼
굵은 해 뚝 떨어지는 길 가다가
나도 노을빛에 젖은 줄기 꺾어 무네
밤 그림자들이 성큼 귀 기울이는 소리
서러운 길엔 아무도 없으나
보리피리 소리 내며 가면
하운의 무덤가에선 햇빛 돋아나겠네
* 한하운 시인.

김완수 l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2016년 《푸른동시놀이터》 동시,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꿈꾸는 드러머』, 단편 동화집 『웃음 자판기』 『책방에서 만난 알모』가 있음. 〈5·18문학상〉 신인상 시 부문, 〈금샘문학상〉 동화 부문 등 수상. 2020년 · 2022년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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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