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류우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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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깎았다
생각해보니 오늘 발톱을 깎았다
눈에 띄게 한 일도 없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뿌리를 뻗쳐온 발톱이 나를 거실바닥에 앉혔다
무기가 될 수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칼집처럼 치수에 맞는 신발까지 맞춰 신고 세상을 떠돌았을까 발톱이 있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었을까
군중 속에서도 꽃밭에서도 쉬지 않고 자라던 발톱
그러나 무엇을 움켜쥐기에는 어림도 없는
액세서리도 될 수 없는 가엾은 그것을 오늘 깎았다
내 몸에서 키운 내 뼈로 하루를 참회하는 제사를 드렸다
짐승이 아니라는 게으름을 변명하기 위해 바짝 깎은 발톱이 아려 오는 시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아픈 이유를
하루가 저물고 밤이 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제 살을 파먹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산다는 것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은 이런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물빨래
빨랫줄에 널린 빨래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소매 끝에서 허리 밑단에서 번갈아 가며 떨어지는 물방울에 이제 막 산을 넘어선 햇살이 숨어들었다 한낮인데도 반딧불이처럼 반짝 하고 빛을 내었다
쑥색 옷자락과 검은 허리 어디쯤으로 흐르고 있던 골수를 뽑아내는 중이거나 시커멓게 탄 가슴골을 타고 흐르던 그것이
단지 내게로 오기 위해
단지 나의 겨울을 포근하게 감싸 안기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비우고 있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이렇게 거죽만 남긴 채 모두 비우지 않으면 너를 사랑할 수 없다고
거죽에 남은 물기가 바짝 마를 때까지 그래서 그 가죽을 두드리면 둥둥 북소리가 날 때까지 비우고 비워야만 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

류우림 l
1992년 《자유문학》 등단. 시집 『꽃이 보고 싶을 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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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