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종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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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미술관
1. 너를 만나는 반가움에
바짝 다가서려고 하는 반가움에 덥석 눈 내밀듯
봄이 오던 대학, <서양미술사> 개강을 알리는
교정이 파릇파릇하게 손잡으려고 해도 물러서지 마오
벤치 끝에 닿는 美의 궁리도 완강히 뿌리치지 마오
청춘의 괴력 같은 〈생트빅투아르산>으로
네 자유로운 생각이 꿈틀거리오
단조로운 내 중심적 사고 부위를 잡아줘야 할 일을
힘 덜어주려다가 허약한 이젤의 교각이 움찔 넘어지는 건,
그마저 봄, 세월, 사월 너머 중간고사 탓
2. 관람의 벽은 눈만 허락하다
선 넘지 마오
손대지 마오
입 열지 마오
다가선 거리만큼 풍기는 냄새와 맛은 간혹, 멀리하오
두 귀의 합법적 침범까지는 감당하지 못하오
오감의 눈만 허락하는 까칠한 사회적 현실
한때 영속의 사랑이었을 그마저 미술 감상문 따위
3. 나는 나를 분절하라
집으로 돌아가 네 행위의 흔적처럼 분절하오
찢고 뜯고 할퀴고 짓누르는 모던을 창작하오
세잔*의 단아한 구조를
그마저 봄, 세월, 사월 너머 열정적 의욕에 두오
* Paul Cézanne. 프랑스 태생의 후기 인상파로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림. 특히 입체파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으며, 대표작으로 〈생트빅투아르산> 등이 있음.
의자 2
1. 눈으로만 앉아 주세요
미술관 한편에 놓아둔 그가 없어졌다
벽에 보란 듯이 내걸린
이미지와 글자는 그대로 남겨두고
사물만 고스란히 없어졌다
알고 보니
경비의 손에서
고물상의 손수레로
의자가 잽싸게 넘겨졌다고 한다
통행에 걸리적거리는 사물 없이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2. 눈으로만 즐겨 주세요
우리 집에 놔둔
비상금은
어느 누가 자꾸 손을 대는가?

이종근 l
2016년 《미네르바》 등단. 〈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 시 부문, 〈박종철문학상〉 최우수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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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