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tra Form Output
저자 석정호 

   

  

 

 

                      

자두

 

 

 

 

 

  너무 시큼하여 나는 칠색 팔색을 하지만

  당신은 보기만 해도 눈빛 영롱해지지요

  오늘 길에서 만나 같이 간 시장에서

  올망졸망 운동장의 아이들처럼

  몰려 있는 그것들을 기어코 샀지요

  당신 옷이 형광빛이어서

  당신 뒤엔 빛이 따라다녀요

  당신 손길이 닿자 과일들 생끗 웃는 것 봤어요

  절망처럼 널브러져 있던 떡들도 입을 쫀득거리며

  일어서는 것 봤어요

  아무도 몰래 일어났다

  어느 날 문득 안녕 하고 떠나는 게 절망이잖아요

  당신 뒤를 따라가면

  내 옆에 있던 검은 날개의 새들

  어느새 하나둘 날아가고 없어요

  집에 와서 마주보고

  한입 베어먹으니

  금단의 열매처럼 왜 이리 새콤한가요

  찡그리는 나의 눈빛을 보고

  재밌다는 듯 찡긋

  폐부를 찔러 들어오는

  당신은 정말 아직도 자두인가요

 

 

  

 

 

 

 

 

 

 

 


 

석정호.png

석정호  l

2005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밀행』이 있음.

 

 

 

—

2023년 8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