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리도 | ||
|---|---|---|---|
안식
메디컬 의원에서 조수가 압축봉을 끌고 다닌다. 옐로색 커튼이 이빨을 눈부시게 자랑하고, 그때 빛, 소란스럽게 심장을 달려 나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장미꽃으로 장식된 웃음을 인부들이 퍼다 나른다. 감히 잠들어 있는 파벽돌, 이때 빛, 꿈속으로 스며드는 어깨-팔-손목은 누구의 것인지 묻는 조수는.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 동작을 취하려다가, 모든 행위가 한꺼번에 취소된 표정 속에 잠겨 든다. 그 문은 밖에서 잠겨 있다. 어쩌면 아주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는 길을 만들 때 표식을 남겨주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졸고 있는 방문객을 깨우는 한마디의 박수, 그러나
간호조무사가 위독한 환자의 눈앞에 제 팔을 내밀며 "당신 팔은 깨끗해요." 라고 말한다. 병상의 협탁엔 포르말린에 절인 개구리가 있다. 병원의 건너편에는 교회가 있고…… 언젠가부터 인부들은 거기서 밥을 먹었지. 환자가 힘없이 고개를 돌린다. 시말서를 쓰고 돌아오는 남자, 팔뚝에 꽂힌 주삿바늘을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리는 여자. 그러나 너는 시작하기로 했다. 조수는 결심을 우회하듯 주머니를 더듬는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커튼이 날려 보내는 옐로우.
여자의 언니가 송이송이 자라난 민들레를 손우물에 모아 뺨에 대어본다. 그때 언니는 어젯밤 꿈을 불현듯 떠올리게 되었다.
꿈에서는 예전에 절교한 친구가 모델료를 받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언니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질투를 느꼈었다. 그녀는 꿈에서처럼 양 어깻죽지를 약간 내리듯이 펼치고 턱을 들어 올려 시선을 내리깔았다. 링거대 바퀴가 구르는 소리. 여기까지 움직였을 때 인부는 철근 더미에 방수포를 덮는 중이었다. 비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먼지가 날아올랐다. 붉은 태양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 더, 더. 조수가 잠시 중얼거렸다. 그러나 무엇을? 간호사는 접수대 뒤편에서 서성거리다가 리갈패드 한 장을 쭉 찢어 데스크에 놓았다. 여보세요. 누군가 통고의 소란 속에서 공중전화를 시작했다. 그들의 시야 가장자리에 하나같이 붉은색이 어른거렸다.

권리도 l
2019년 《시인동네》 등단.
—
2023년 8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