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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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순영 

   

  

 

 

                                  

파의 국경

 

 

 

 

 

  내가 만일 흰빛에서 푸른빛으로 건너가는 중이라면

  너는 어디쯤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까

  빛의 세계에도 국경이 있을까

  눈을 감는다

  있는 국경은 사라지고

  없는 그곳이 돋아난다

 

  비밀을 품고 달려온 파

  하얀 건반 위에서

  파, 가쁜 숨을 토한다.

  네가 건반을 누를 때마다 봉긋 솟는 꽃

  너와 나의 웃음이 동그랗게 매달렸다

  파의 정수리에서 만개하는 우주

  들숨과 날숨이 오선지에 매달려 그네를 탄다

  파의 씨앗들이 건반 위로 쏟아진다

  파! 파! 파! 폭발하는 우주

 

  너는 어떻게 단숨에 그쪽으로 건너갈 수 있었니

  벌어지려는 파의 입술을 문 채

  한 겹 껍질을 벗긴다

  파는 비밀 같은 비늘이 많고

  누군가는 상처를 싸맨 흔적이라는데

  또 한 겹을 벗겨내면

  어디쯤에서 벼려진 칼날이 이리 푸를까

 

  아무리 벗겨도 너에게로 가는 길 보이지 않고

  매운 내만 내 곁에 자욱한데

  너는 어디쯤 오고 있니

  안개 자욱한 국경에서 나 헤매는데

 

  눈을 감은 채, 파를 자른다

  파의 국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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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l

2011년 《시인동네》 등단.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있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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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