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문지아 | ||
|---|---|---|---|
서시의 반대말도 모르는 서시
ㅡ 아버지 문충성 시인께
숨소리가 절필을 앞둔 것 같다
적절하고 합당한 시기에 바쳐야 할
마지막 눈물을 가둬야 한다
비가 움푹 그린 동그라미, 동그라미
하늘도 땅을 섬긴다는 영전(靈前)일까
당직처럼 남아 병실이 끓는 동안
아버지께 전공을 들킨 듯 다른 길을 간
가방 속 여권을 내려놓는다
포트가 감실대듯 쿡쿡 밭은 후에야
잊었던 커피 분말을 끄덕 쏟자
모래 위 뛰놀던 그 시절의 소녀가
놀이는 끝났다며 운동화를 벗고 다가온다
야금야금 뒤축의 피를 빠는 구두를 신고
벌써 두 달째 머무른 1103호실
처음엔 두터웠던 일력이 뜯겨 야위어질 때
마흔이 넘어서야 주워듣는 역설의 소리
절필이 아니라 시를 쓰는 새로운 숨소리
비로소 제주 바다의 풍랑이 옮겨 쓰는 서시

문지아 l
2020년 《문예감성》 등단.
—
2023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