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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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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문학들

출간일 2022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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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들 시인선 014.

 

2014년 등단한 이명숙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너’, ‘그대’, ‘당신’ 등의 시적 대상들과 시적 화자인 ‘나’ 사이의 기억의 문제를 통하여 삶과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이명숙 시인은 강력한 생의 기운과 삶의 에너지를 품은 그 '첫'이라는 기억의 이미지에 주목하고 천착하면서, 이제는 그런 고통의 기억조차 스스로 끌어안을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첫'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 그리하여 시인은 "소녀는 또 태어난다"고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복과 순환성은 "세상의 모든 첫" 출발점 위에 다시 선다는 말이며, 이는 "차마 모르는 너를 다 잊을 순 없었다"고 하는 하얀 고백으로 재생 반복되며 현재를 살아내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모든 ‘첫’을 위한 흰 고백


다소 낯설고 발랄한 이미지와 개성적 화법을 구사해온 이명숙 시인이 이번 시조집에 담은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것은 단순하게 과거를 떠올리거나 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또한 현재의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폭넓게 삶을 인지하는 과정의 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듯하다. 그녀의 시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쉽게 허락하지 않고 이미지 전환이 되도록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속도감 있는 전개 안에 그녀가 담아내는 기억들은 제각각의 단편들이 아닌, 커다란 서사를 이룬다. 그것은 크게 인간의 삶과 죽음의 과정을 담아내는 성장 담론의 한 형태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명숙 시인의 시의 이미지는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희거나 검은 풍경들 사이에 회색으로 놓인 그녀 시의 주체들은 동쪽을 그리워하는 서쪽에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할 수 없는존재들'과 동행한다.

 

― 이송희(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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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백이 아름다운 건

동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ㅡ 「시인의 말」 中

 

 

 

 

어떤 언어로도 번역하지 마세요

 

 

 

그대 버릴 기회를 부러 놓치는 사이

연둣빛 바람 앞에 나는 중독이에요

라일락 옹알이하듯 밤새 나를 앓는 이

 

마른 입술 적시는 초콜릿이 될래요

잠들지 못한 눈등에 입맞춤이 긴 새벽

회상을 실행할래요 청춘의 숲 그대를

 

열꽃으로 치장한 그대 드래그하면

허밍하듯 서창을 흔들어 깨우는 詩

마침표, 없는 이 계절 그냥 같이 살아요

 

 

 

 

 


제주 상사화

 

 

 

당신의 기억 한 잎 울컥 흘러내려요

 

한평생 쓰고 남은

연지통 같은 꽃껍질

 

어머니,

 

거지반 녹은 뼛골마다

붉게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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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의 서쪽

 

 

 

고갯마루 바람이 고개 밑으로 온다 얼레달 목말을 탄 꽃눈에 일렁이던

진부령 산빛 이끌고 추상같은 표정으로

 

잔뜩 풀린 동태눈 감았다가 떴다가 빈속의 목어처럼 별빛 펄럭거리며

서쪽의 끝머리 이후 먼저 오는 새벽처럼

 

허공을 파먹으며 울다 웃다 하품하다 젖은 잠 말리다가 돌아온 바다의 기억

그대가 덖어온 나의, 봄날처럼 탄생한

 

 

 

 

 


일인칭의 봄

 

 

 

꽃이 피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아까시꽃 찔레꽃 아직 피우지 못한

언어는, 어느 먼 생의 입술에서 필까요

 

꽃들 망막에 꽂힌 흰빛 푸른빛 사이 서로 다른 오늘의

왼눈 오른눈 사이

간 봄의 볕에 타버린 혀의 뿌리 찾아서

 

꽃이 지겠다는데 막을 수 있겠어요

검은 숲에 버려져 스마트만 진심인

우리는, 어느 천년 후 여기 다시 올까요

 

불두화 합장하는 그렇고 그런 봄날 귀 적시는 소리에

그저 우연이란 듯

서운암 꽃자리마다 술렁이는 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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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ㅣ 이명숙

 

2014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시조시학》 등단. 2019년 《문학청춘》 시, 2019년 《한국동시조》 당선. 시집 『수식은 잊어요』, 시조집 『썩을』 『강물에 입술 한 잔』이 있음.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2017년·2022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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