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신간소개
Extra Form Output
저자 70년대 동인 

사이트용 광고0603.png

펴낸곳 문학나무 | 출간일 2022년 2월 15일

​

​

​

 

 

​

 

 

 


나무 시인선 002.

 

1969년 시 동인지 《70년대》 출간 후 각자 한국 현대 시단의 독보적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들이, 반세기를 건너 2012년 이후 엮어내고 있는 합동 시집 『고래』의 2022년판이다. 원로 시인들의 깊은 시 세계가 문학은 물론 인생의 심연까지 더듬어 읽게 한다.

이번 시집에는 각인의 시는 물론, 2021년 새해 벽두 고인이 된 김형영 시인이 과거 참석했던 좌담의 기록과 함께 김형영 시인을 추억하며 추모하는 시와 글이 여러 편 실려 있는데, 특히 시인을 천국으로 떠나보내는 심경을 담은 조광호 신부의 ‘고별미사 강론’은 덤덤하지만 애절한 조사로 독자의 마음을 한층 울려주고 있다.

 

 

 

 

 

 

 

추모 그리고 추억


그의 언어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을 뿐더러 지극히 가난하여 어떤 때는 약해 보이고 수줍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의 언어에는 조금도 기름기가 끼어 있지 않습니다. 그의 글에는 미사여구도 금심수구의 재주도, 그 어떤 광기도 격정적 충동도 없습니다. 지순하고 담담하여 어찌 보면 시를 이렇게 쉽게 써도 되나? 할 정도로 그가 그려놓은 시의 화폭은 언제나 지극히 단순한 무채색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문학이라는 업을 가지고 세속에 살았던 구도자였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 분명히 그는 한국가톨릭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점점 더 뚜렷이 역사에 평가될 것입니다.

 

― 조광호(신부, 인천가톨릭대학 명예교수), ‘고별미사 강론’ 中

 

 

*

이제 선생은 스스로 언어의 화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돌아갔다.나는 새삼 그의 세례명을 생각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도 햇살보다 더 밝은 얼굴로 신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모습이 기록된 분이다. '김형영 스테파노'의 얼굴에도 그 햇살이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 그날 출간된 시선집 제목처럼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한 봄 햇살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서울신문》 추모 글 中

 

 

 

*

김형영 시인. 꿈꾸다 가신 것 같다

나도 그렇다

꿈꾸다 꾸다

나의 자줏빛 볼펜 위에

고꾸라지듯 쓰러지리라

 

― 강은교, 「시인의 말」 中

 

 

 

*

그러니까 '꽃을 찾아서' '화살'을 날리는

그대가 저 먼 세상에서

삶을 탐구하고 있네

온몸을 의술(醫術)에 주고 떠난 친구,

친구여

 

― 윤후명, 추모 시 「어디서든 꽃을 찾아서」 中

​

 

 

*

올해 가까운 친구 여럿을 잃었다. 나도 죽음 가까이 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왔다.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나는 쓴다.

 

― 정희성, 「시인의 말」 中

 

 

 

“고래는 우리의 이름이다”

 

 

 

 

 

 

 


 

  앵두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다

 

 

 

  강은교

 

 

  앵두나무 가지를 그만 부러뜨렸네. 그렇게 많이 달린 앵두를 어쩌나. 눈시울을 훔치고 훔치다가 부러진 가지를 제자리에 살짝 올려놓고, 테이프를 칭칭 감고 노끈으로 단단히 묶은 다음 내 지팡이를 지지대로 세워주었네

 

  오늘 난 앵두나무 그늘에 앉아 있네, 앵두속에 나의 발을 담그고 앉아 있네

 

 

 

 

 

 


  아침 산책

 

 

 

  김형영

 

 

  아침 산책길에

  네잎클로버를 찾은 저 눈 좀 봐요.

  샛별 같지요?

  행운을 찾았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어요.

 

  꾸밈없는 표정을 짓게 하는 것은

  어디에나 있어요.

  길가나 강둑, 가끔은 돌밭에도 숨어 있고요.

  그런 아침은 상쾌하여 날 것 같지요.

  만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풍부한가요.

 

  아침 산책길은

  생각을 정리해주고 희망을 부풀게 하여

  만물을 이웃사촌으로 만들어주지요.

 

  게으름을 피우며 걸어봐요.

  무반주로 흐르는 강물에 맞춰 걷다보면

  행운을 누리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해지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마음을 천지에 풀어놓고

  하루를 여세요.

 

 

 

 

 

 


  윤동주 시인의 방

 

 

 

  윤후명

 

 

  시인의 방에는 엉겅퀴가 꽃핀다

  대학의 기숙사 방에서 서촌의 하숙방까지

  아니 자하문 고개의 문학관까지

  나는 엉겅퀴 꽃송이를 그린다

  온몬에 가시가 돋은 시인의 삶이다

  그래서 그가 머문 방에 새겨놓은

  나의 꽃

  어둑어둑 하루가 저물 때

  나는 홀로 그 방에 서 있었다

  마음이 무엇인지 들추면

  시가 꽃핀다고

  나는 홀로 말하고 듣는다

  그가 간 길을 걷는 한 걸음마다

  엉겅퀴를 마음에 심을 때

  나는 그림자를 꽃피우는 시인이 된다

 

 

 

 

 

 


  집

 

 

   정희성

 

 

 

  나라가 서둘러 정책을 내놓으면

  사람들이 먼저 알고 대책을 세우니

  세상에 집 없는 천사들 너무 많아라

  집아, 내 예전에 네 속에 살았지만

  이제는 네가 내 안에 살고 있구나

​

 

 

 

 

 


저자 소개 ㅣ 70년대 고래 동인

 

 

SE-daf3c3ec-7b67-4709-8a77-81fb44deb0cf.jpg

■ 강은교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빈자일기』 『초록 거미의 사랑』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 『바리연가집』 『벽 속의 편지(개정판)』, 시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무명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음.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유심작품상〉 〈구상문학상〉 수상.

 

 

 

8092_1.jpg

■ 김형영

1966년 《문학춘추》 신인작품,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수상 등단. 시집 『침묵의 무늬』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새벽달처럼』 『홀로 울게 하소서』 『낮은 수평선』 『나무 안에서』 『땅을 여는 꽃들』 『화살시편』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신적초문학상〉 수상.

 

 

 

SE-20d05a5c-9676-49e4-b811-445abdc702d2.jpg

■ 윤후명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시집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소설집 『강릉』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 산문집 『꽃』 등이 있음.〈녹원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님시인상(작품상)〉 〈연문인상〉 〈3·1문화상예술상〉 등 수상.

 

 

 

 

SE-4298d163-21c9-47bb-93f6-71b20f5d2513.jpg

■ 정희성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답청(踏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 『그리운 나무』 『흰 밤에 꿈꾸다』 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불교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