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용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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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인의 시인들이 100년 후에 다시 읽고 쓴 만해 한용운 시집 감상평
『님의 침묵』다시 읽다 / 이용헌 엮음
펴낸곳 도서출판 님Nim
출간일 2025년 08월 15일
만해 한용운 시집『님의 침묵』100년
현대의 시인 90명이 새롭게 조명하다
『님의 침묵』은 우리 시문학계에 철학적 깊이와 넓이를 가져다준 시집이다. 이 시집으로 인하여 우리 현대시는 새로운 어법과 화자를 갖게 되었고 사상적 심도를 알게 되었다. 이제 100년이 지난 뒤 『님의 침묵』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게 된 것은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의의 있는 일이다. 「군말」과 「독자에게」까지, 도합 90편의 작품을 현재 시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90인의 시인들이 나누어 읽고 저마다의 감상평을 저마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기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님을 기다리는 일
올해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승려인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탈고 100년이 되는 해이다. 만해는 1919년 3·1운동의 주동자로 일경에 체포되어 3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1921년 겨울, 경성감옥에서 출옥한다. 육신과 영혼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만해는 실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서 찾아간 곳이 설악산 오세암이다. 그곳에서 만해는 동안상찰 선사의 『십현담』과 매월당 김시습의 『십현담 요해』를 만난다. 한동안 선(禪)과 시(詩)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만해는 선이 곧 시이고 시가 곧 선임을 깨달으면서 『십현담주해』를 탈고하고, 이어서 1925년 8월 29일 시집 『님의 침묵』을 탈고한다. 『님의 침묵』은 만해가 겸장한 유불사상과 조국과 민족과 중생을 사랑하는, 자유 평등 평화 정신을 오롯이 담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100년이 지난 뒤 다시 읽는 『님의 침묵』이, 우리 시단과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대중 독자들에게도 만해의 시를 이해하고 재조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요즘처럼 전 세계가 전쟁과 질병과 기후위기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님의 침묵』을 다시 읽는 일은 100년전의 '님'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꿈꾸는 또 다른 '님'을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 만해학회 편집위원회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ㅡ 「님의 침묵」 中
(수록순)
「군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낱말을 알아야 한다. 먼저 '군말'은 서문을 대신해 쓴 말로 '군더더기', '사족(蛇足)', '소음'의 뜻을 지닌다. 시집 맨 앞에 붙이는 인사말이다. '군'은 쓰이는 예로는 '군식구', '군돈', '군소리'의 '군'이다. 다음으로 "긔룬 것은 다 님이다"에서 '긔룬'이라는 말은 「길이 막혀」 「사랑하는 까닭」 「달을 보며」 등의 시에서도 보인다. '그립다'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리운'이라는 말은 시에서 그대로 '그립다'로 쓰고 있어서 '그리워하다'와는 확연히 다르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복합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기리다'라는 뜻의 '추어올리다', '소중하다', '북돋아 기르다'와 '기루다' 뜻이 함께 들어 있다.
- 전기철,「군말」감상(부분)
최근 노자를 읽다가 '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어구를 보고 빛이 먼지가 되고 먼지가 빛이 되는 철학적 성찰을 갖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노자와 불교가 상통하는 접점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빛과 먼지가 하나가 된다면 재와 빛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빛과 먼지는 이질적인 존재이지만 궁극에서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깨달음이 이 시가 말하고 있는 근본적인 사유이다.
- 최동호,「알 수 없어요」감상(부분)
님과 함께 가는 길, 님과 하나 되는 길만이 나의 길인 것이지요. 그 길은 누가 내었을까요? 그 길은 님이 내셨습니다. 그런데 님은 나의 길을 내시고 왜 죽음의 길도 내셨는지 마지막에 한 번 더 묻는 건 무얼 강조하기 위한 걸까요? 님과 같이 사는 삶만이 의미 있는 삶, 쓸모 있는 삶, 가치 있는 삶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님을 사랑하는 길, 님과 같이 가는 구도의 길, 내가 님의 품에 안겨 있고 님도 내 가슴에 계셔서 함께 가는 길만이 내가 가야 할 최선의 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도종환,「나의 길」감상(부분)
극심한 정치적 혼란으로 밤새 안녕이라는 옛말을 살고 있는 이즈음이고 보니 백 년 전 선사께서 88편 시편들을 묶어 염원했던 광명 세상은 아직 요원하기만 한 듯하다. 하나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비롯된다고 하였으니 지금이 다시 옷깃을 여미고 작은 등불이라도 새로 켤 때인 것이다.
- 안차애,「낙원(樂園)은 가시덤풀에서」감상(부분)
하지만 사랑의 허무나 유희, 이 두 가지 태도는 모두 '님' 이전의 왈가왈부에 불과할 것이다. 사랑이 없다거나 유희라는 것은 생각에 지나지 않으며, 님이 실제로 나타나면 모든 논쟁이 무의미해진다. "혹성(惑星)같이 빛나는 님의 미소는 흑암(黑巖)의 광선(光線)에서 채 사라지지 아니하였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이란 님의 사라지지 않는, 명확한 현존이어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이다.
- 이수명,「잠꼬대」감상(부분)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대상이 떠날 때의 마지막 얼굴인가. 왜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이 아름답고, 왜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지는 해가 고우며, 왜 만날 때의 얼굴보다 떠날 때의 얼굴이 더 어여쁜가. 그것은 한마디로 세상에 존재하는 궁극의 경지는 마지막에 돌올하기 때문이다. 즉 자연도 사람도 님도 미혹과 번뇌와 절정을 통과한 마지막에라야 해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탈에 이르면 더 이상 미추도 표정도 없겠기에 한편으로는 야속하고 한편으로는 아픈 것이다.
- 이용헌,「떠날 때의 님의 얼골」감상(부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만해의 오래된 역설은 분리를 선택하기보다는 어느 순간에도 참여를 선택하겠다는 뜻. 기꺼이 당사자가 되겠다는 뜻. 모든 시간이 되겠다는 뜻. 만해의 역설이 비유에 그치지 않고 내내현대성을 갖는 이유다.
- 이원,「당신 가신 때」감상(부분)
그렇다면 님은 어디에 있고 독자는 어디에 있을까? 님은 한용운의 내부에 있고 독자는 외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님은 시인이 일체화를 꿈꾸는 타자이며 그리움의 대상인 어린 양이다. 님은 보이지 않는 관념으로서의 님이다. 독자는 시집을 펼치고 님의 형상을 좇아가는 현실 속의 사람이다. 즉 시집의 구매자이거나 대출자이다. 독자는 님을 찾아가는 시인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고 오독할 수도 있다. 한용운은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고 시집에 쏟은 자신의 고투를 독자에게 내비치는 것으로 시집을 닫는다. 결어가 결연하다.
- 안도현,「독자에게」감상(부분)
[목차]
군말 │ 전기철 ……… 12
님의 침묵(沈默) │ 고형렬 ……… 14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 │ 이경림 ……… 16
알 수 없어요 │ 최동호 ……… 18
나는 잊고저 │ 오주리 ……… 20
가지 마서요 │ 이정록 ……… 22
고적한 밤 │ 이장욱 ……… 25
나의 길 │ 도종환 ……… 27
꿈 깨고서 │ 임승유 ……… 29
예술가(藝術家) │ 류미야 ……… 31
이별 │ 최형심 ……… 33
길이 막혀 │ 함기석 ……… 37
자유정조(自由貞操) │ 이병국 ……… 39
하나가 되야주서요 │ 김일연 ……… 42
나룻배와 행인(行人) │ 박형준 ……… 44
차라리 │ 강신애 ……… 46
나의 노래 │ 황인찬 ……… 48
당신이 아니더면 │ 문태준 ……… 51
잠 없는 꿈 │ 최백규 ……… 53
생명生命 │ 장이지 ……… 56
사랑의 측량(測量) │ 이대흠 ……… 58
진주(眞珠) │ 이현승 ……… 60
슬픔의 삼매(三昧) │ 홍용희 ……… 62
의심하지 마서요 │ 김병호 ……… 64
당신은 │ 정수자 ……… 67
행복(幸福) │ 김예강 ……… 69
착인(錯認) │ 고재종 ……… 71
밤은 고요하고 │ 김완하 ……… 73
비밀(秘密) │ 김건영 ……… 75
사랑의 존재(存在) │ 우대식 ……… 77
꿈과 근심 │ 임채성 ……… 79
포도주(葡萄酒) │ 박은정 ……… 81
비방(誹謗) │ 한보경 ……… 83
「?」 │ 이병교 ……… 85
님의 손길 │ 김지녀 ……… 87
해당화(海棠花) │ 김언 ……… 89
당신을 보았습니다 │ 강인한 ……… 91
비 │ 손음 ……… 93
복종(服從) │ 박성현 ……… 95
참어 주서요 │ 고미경 ……… 97
어늬 것이 참이냐 │ 정선 ……… 99
정천한해(情天恨海) │ 차성환 ……… 102
첫 「키쓰」 │ 염창권 ……… 105
선사(禪師)의 설법(說法) │ 조동범 ……… 107
그를 보내며 │ 이재무 ……… 109
금강산(金剛山) │ 이시경 ……… 111
님의 얼골 │ 정채원 ……… 114
심은 버들 │ 이재훈 ……… 116
낙원(樂園)은 가시덤풀에서 │ 안차애 ……… 118
참말인가요 │ 한정원 ……… 120
꽃이 먼저 알어 │ 장순금 ……… 122
찬송(讚頌) │ 변종태 ……… 124
논개(論介)의 애인(愛人)이 되야서 그의 묘(廟)에 │ 이병금 …… 126
후회(後悔) │ 정혜영 ……… 130
사랑하는 까닭 │ 장석주 ……… 132
당신의 편지 │ 권현형 ……… 134
거짓 이별 │ 서안나 ……… 136
꿈이라면 │ 휘민 ……… 138
달을 보며 │ 송승언 ……… 140
인과율(因果律) │ 김영찬 ……… 142
잠꼬대 │ 이수명 ……… 144
계월향(桂月香)에게 │ 양균원 ……… 147
만족(滿足) │ 박성준 ……… 150
반비례(反比例) │ 이승희 ……… 153
눈물 │ 김민채 ……… 155
어데라도 │ 손미 ……… 158
떠날 때의 님의 얼골 │ 이용헌 ……… 160
최초(最初)의 님 │ 박순원 ……… 162
두견새 │ 채수옥 ……… 164
나의 꿈 │ 신철규 ……… 166
우는 때 │ 김보람 ……… 168
타골의 시(詩) (GARDENISTO)를 읽고 │ 김지명 …… 170
수(繡)의 비밀(秘密) │ 박남희 ……… 173
사랑의 불 │ 김지율 ……… 175
「사랑」을 사랑하야요 │ 부영우 ……… 178
버리지 아니하면 │ 김연종 ……… 181
당신 가신 때 │ 이원 ……… 183
요술(妖術) │ 안주철 ……… 185
당신의 마음 │ 유종인 ……… 188
여름밤이 길어요 │ 조재형 ……… 191
명상(冥想) │ 정진혁 ……… 193
칠석(七夕) │ 김광원 ……… 195
생(生)의 예술(藝術) │ 박정대 ……… 199
꽃싸움 │ 배수연 ……… 201
거문고 탈 때 │ 조정 ……… 203
오서요 │ 길상호 ……… 205
쾌락(快樂) │ 김부회 ……… 208
고대(苦待) │ 권혁웅 ……… 210
사랑의 끝판 │ 이선이 ……… 213
독자(讀者)에게 │ 안도현 ……… 215

저자 소개 Ι 이용헌(엮은이)
2007년 『내일을여는작가』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편저 『한강의 소리』 등이 있음.
만해학회 시 전문 웹진 《님Nim》 편집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