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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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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책만드는집 | 출간일 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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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간의 ‘단시조 읽기’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사랑의 향연(饗宴)

현대시조 작품과 해설을 통해 만나는 시조 미학의 진수

 

1980년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한 김일연 시인의 시평집.

시조 전문 계간지 《시조21》 기획으로 25호(2013년 여름호)부터 시작하여 60호(2022년 봄)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내가 읽은 단시조〉라는 제호 아래 연재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현재형으로 창작되고 있는 작품 중 특히 시조의 본령이라 할 단시조로 쓰인 시편들을 선택하여 시조로서의 아름다움과 의미는 물론, 그 미학의 핵심을 가독성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미문(美文)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는 시인들에게는 창작의 지침서가, 독자들에게는 시조를 온전히 수용하고 감상하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말처럼,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처럼 모인 150수의 개성 있는 시편들이 만드는 조화로운 연주 앞에 독자들은 “고요한 마음만 준비하면” 될 것이다.

 

 

 

 

단시조가 보여주는 시조 미학의 핵심

 


자유시의 도입과 함께 태동한 현대시조, 그 100년의 가장 큰 변화는 시조를 창사(唱詞)라는 음악적 범주에서 본격 문학의 장르로 정착시킨 성과라 할 것이다. 양적으로도 연간 고시조 전체의 창작 성과를 넘어서고 질적으로도 다양한 결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가히 시조의 르네상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러한 외형 성장에 비하여 시조가 현대문학이 요구하는 독자적인 가수요를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적 물음 앞에서는 확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같은 물음의 중심에는 단연 시조만의 질서, 즉 정형성이 갖는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시조의 원형에 대한 장르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 조건이 되겠는데 그 단초가 단시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 민병도(시인 · 계간 《시조21》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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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고 좋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다시 없는 행복을 경험하였다.”

 

ㅡ 「들어가는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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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있기 전부터 그 뿌리를 이룬 우리의 시가문학이 도도한 천 년의 흐름을 이어 온 오늘에 시조가 있다. 노래로 불리면서 노래의 유려함을 담은 시조. 여기 실린 현대시조들은 노래로 품었던 시조의 율격을 현대의 느낌으로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 진실하고 따뜻하고 고아한 마음들이 동심원을 그린다. 하나의 시조가 그리는 동심원이 또 다른 동심원과 만나 은은하게 울리며 번져나간다.

- 「들어가는 말 ㅡ 언어와 언어, 시조와 시조의 동심원」, 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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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단순하면 표현이 복잡해지고 생각이 복잡하면 표현은 단순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은 복잡함을 내장한 단순미의 예술입니다. 시조가 그렇고 전통적인 문인화가 그렇고 고려 한때 세계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던 도자 문화가 또한

그렇습니다. 청자의 절정은 순청자입니다.

- 「1부, 가슴 파고드는 저것이 여시 같아라」,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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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묵법’이라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진하게 먹을 간 후 붓에 묻혀 물기를 짜낸 상태에서 오로지 붓의 속도로만 농담을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그림뿐 아니라 담대한 시의 어떤 작품들은 우리에게 이런 초묵법을 보여줍니다. 거칠고 단순한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은 그러할수록 더욱 깊은 힘과 무게가 있습니다. 붓의 물기를 짜내듯이 펜의 물기를 짜내고 오로지 경(景)으로만 정(情)을 표현합니다.

그리하여 작품 안의 모든 경(景)은 정(情)이 됩니다.

-「1부, 하얗게 명절날 문턱에 새끼 고양이들이 운다」,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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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처럼 시의 언어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형시의 언어는 리듬의 언어이고요. 리듬은 움직임을 가지는 것이니까요. 언어와 여백, 언어와 휴지, 혹은 언어와 언어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혹은 서로 밀도 있게 짜이면서 스스로 생명이 되어 강약의 파동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2부, 내 안의 스키드마크, 언제쯤 지워질까」, 94p.

 

 

서정시에는 리듬이 큰 역할을 하지요. 특히 시조에서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외형률을 드러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글자 수의 맞춤을 넘어 운율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시조의 완성은 그러한 운율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많은 현대시조에서 외형률의 파기가 지나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 자연스러움을 얻기가 어려운 때문이겠지요.

- 「3부, 해 지면 업었던 산이 다시 업혀 그려진다」, 183p.

 

 

시조 미학의 깊은 근저에 있는 것은 바로 향가의 높고 맑은 정신세계와 경건한 신심의 숭고함에서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정신성입니다. 예술의 높이는 철학의 깊이를 통해 극대화된다고 하였습니다.

- 「4부, 나날이 밀고 일어서는 나는 벽을 가졌다」, 267p.

 

 

온화하기도 하고 격정적이기도 한 서정 속에는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들이 불꽃처럼 혹은 따스한 등불처럼 빛나고 있군요. 지금 우리의 삶은 우리가 써나갈 미래의 시 안에서 또 어떻게 빛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시인의 시조 안에는 늘 가슴이 아리는 눈물이 있습니다. 눈물이나 울음이라는 직접적인 말은 없어도 항상 눈물을 머금고 있는 시조를 쓰시지요. 지극한 사랑에는 항시 웃음이 가져볼 수 없는 눈물의 깊이가 따릅니다.

- 「4부, 터질 듯 팽팽한 종아리 채찍 치는 햇살들」, 279p.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 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진실한 삶의 순간을 발견해 주는 것, 그것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의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시는 참의 언어이며 그러하기에 더욱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니 더 간절하게 드러낼 묘수를 찾느라 줄이고 지우고를 반복하지요.

- 「4부, 문을 다 열어놓고 허공처럼 앉았구나」, 301p.

 

 

시조의 미학은 형식이 내용을 빛내고 내용이 형식을 빛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시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묻던 젊은 시인이 있었습니다. 좋은 작품, 시조다운 작품으로 “시조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다면 시조는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 물음을 지금, 다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 「4부, 한 줄 시 고독을 품던 새는 지금은 날아가고 없다」, 3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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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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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부 | 가슴 파고드는 저것이 여시 같아라

가슴 파고드는 저것이 여시 같아라 · 15

어부의 구릿빛 이마 위를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닌다 · 21

하얗게 명절날 문턱에 새끼 고양이들이 운다 · 30

피었다 순간에 진들 어찌 찰나이랴 · 38

하얀 선 제트기 흔적이 바람으로 뭉개질 때 · 44

괜찮다, 울지 말거라 녹는 몸으로 달랜다 · 51

시장기 슬몃 도는 밤 특별하다 이 배 맛! · 57

이물없이 내려앉아 똬리 튼 산그늘같이 · 64

못 본 척 지나치는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 73

 

2부 | 허공에 울음 터뜨리며 천 잎 파지 날린다

누구의 보랏빛인가 허리가 가느다란 · 83

내 안의 스키드마크, 언제쯤 지워질까 · 91

피라미 한 마리 나와 그걸 물고 사라진다 · 98

내 몸을 친친 감는 며칠 지독한 봄날이다 · 106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 114

생각은 환한 유등 속에서 한껏 부풀다, 흐른다 · 122

준절한 채찍으로만 겨우 몸을 가눈다 · 129

없는 듯 은빛 나룻배 한 척 푸른 해협 건너가네 · 137

아직도 남은 목숨이 한천에도 식지 않네 · 146

 

3부 | 일흔을 넘기고 난 지금 꽃 질까 두려워

일흔을 넘기고 난 지금 꽃 질까 두려워 · 157

물소리 뱉으며 운다 흘천변 꽃 댕강 피듯 · 166

또 다른 허기가 운다 편의점 문에 매달려 · 171

해 지면 업었던 산이 다시 업혀 그려진다 · 180

수십 년 난전에 내놓은 값을 잃은 골동이다 · 190

얄팍한 내 바자울을 짓부수고 가버렸다 · 199

둥글게 지구를 굴리네 착 감기는 그의 병법 · 208

이곳서 종신서원한 그 고독이 슬프다 · 215

지상의 모든 나무가 로켓처럼 쏘아 올려 진다 · 222

 

4부 |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 233

햇살이 드는 날 오면 미친 듯이 뛰고 싶다 · 241

꼬끼오 수탉 울음이 꽃 속에서 들렸다 · 251

나날이 밀고 일어서는 나는 벽을 가졌다 · 260

터질 듯 팽팽한 종아리 채찍 치는 햇살들 · 268

그 전설 그냥 그대로 자주감자 살더라 · 280

휘청거리던 발목이 부드럽게 활강한다 · 291

문을 다 열어놓고 허공처럼 앉았구나 · 301

한 줄 시 고독을 품던 새는 지금은 날아가고 없다 ·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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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Ι 김일연

 

1980년 《시조문학》 천료 등단. 시조집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달집 태우기』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너와 보낸 봄날』 『깨끗한 절정』, 시조선집 『저 혼자 꽃필 때에』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꽃벼랑』 『먼사랑』, 일역 시집 『꽃벼랑(花の崖)』, 영역 시집 『세상의 모든 딸들(All the Daughters of the Earth)』, 동화집 『하늘 발자국』이 있음. 〈한국시조작품상〉〈이영도시조문학상〉〈유심작품상〉〈고산문학대상〉〈한국단시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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