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하상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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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걷는사람
출간일 2022년 4월 29일
걷는사람 시인선 61.
200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하상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하상만 시인은 시집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와, 『과학실에서 읽은 시1,2』 『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의 교양서를 쓴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시인은 소소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는데, 이번 시집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는 결국 모두가 ‘혼자’라는 세계에 갇혀야 하는 필연적인 외로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상만의 시가 유독 외로움과 쓸쓸함을 사랑하듯 되뇌이고 더듬었던 것은 내 안에 새겨진 타인의 이름을 쓰다듬기 위함이다. 외로운 “‘나’와 말해지는 ‘나’ 사이의 대화”인 이러한 의사소통은 “그간 소외시켜 온 내 안의 정서들에게 올바른 이름과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것은 나와 타인의 동일성이라는 인식의 토대 위에서 이 여정을 함께하는 독자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와, 함께, 춤을
삶에서 경험되는 부정적 정서들은 '나'를 죽이지는 않으며 단지 나를 불편하게 할 따름인 감각들이다. 이와 같은 정서적 관계에 대해 화자가 제시하는 삶의 묘수는 그것을 해소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불편한 동거인인 것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서적 요소들은 나의 삶이 유효할 때 존재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것들은 결코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와 같은 정서들은 나의 삶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또한 이와 같은 불편한 동거는 역설적이게도 나로 하여금 삶의 기쁨과 같은 정반대의 것을 감각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하상만의 시적 사유가 지닌 특유의 모멘트가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하상만의 시에서 가장 특수하고 개성적인 모멘트는 이와 같은 지점이 아니다. 그가 지닌 가장 특수한 지점은, 이와 같은 부정적 정서들에 대한 승인과 이해로부터 자신의 삶 속에 새겨져 있는 불가해한 타인을 읽어낸다는 지점이다. 즉, 내가 '나'와 대화할수록, 그리하여 '나'의 삶에 대한 이해를 획득하게 될수록, 그 자리에서 화자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타자의 삶과 대면하게 된다.
― 임지훈(문학평론가)
외로움이 다정하다. 외로움은 시의 공명통이어서 현을 흔드는 미세한 소리들에도 전폭적으로 반응할 줄 알게 한다. 심지어 가청권 바깥으로 밀려난 여리고 흐릿한 이름들과 기억들, 저 너머로 추방당한 숨결들에 제 얼굴을 찾아줄 줄 안다. 미래의 성과를 위해 현재의 말소시키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외로움은 잘 벼린 지각의 한 방식이기도 하여 아슴아슴한 통증을 통해 우리는 희미하게 존재하는 사물들의 기척과 기미, 기운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시인에게 외로움은 그래서 결핍과 부재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자기인식으로서의 가능성을 품은 꿈의 장소가 된다.
― 손택수(시인)
“어떤 감정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데
외로움은 예외였다
쳐다보지 않아도 그쪽에서 늘
바라보고 있었다”
ㅡ 「시인의 말」 中
한번
사람들은 꽃 하나를 똑같이 그리지 못하지
한 사람이 여러 번 꽃을 그려도
같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
모든 순간이 한번이지
세를 들어 살았다
애가 셋이라고 밝히면
세를 주지 않았다
애가 둘이라고 말하고
이사를 한 다음 저녁에 나를 데려왔다
주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야단을 쳤다
엄마는 그 집 마당을 열심히 쓸었다
나중에 우리 집을 갖고 나서야
엄마가 적은 글을 보았다
주인집 눈치를 보면서
마당을 쓸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그 집에 개가 있었는데
형이 개에게 물렸던 적이 있다
엄마는 형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녀와서
마당을 쓸었다
형의 종아리에는
지금도 그날의 상처가 있다
잔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옆에 커피잔이 놓여 있으면 덜 심심하다
아는 할머니 한 분은 헤이즐넛 커피를 해질녘 커피라고 한다
해질녘
그게 더 예뻐서
사실을 알려 주지 않는다
모르고 사는 삶이 더 아름답다
하늘에서 하얗게 내린 눈이
쌓여서 어떻게 푸른 빙하를 만들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세상을 신비롭게 만든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서
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삶을 사랑한다
영원히 궁금해 할 수 있는 삶
내게 모든 진실이 필요한 건 아니다
연못
맹꽁이가 시끄럽게 울고 있다
내 목소리 멋지지 않아?
암컷들에게 노래를 부른다
수컷에게만 울음주머니가 있다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건
울어야 할 생(生)이 있다는 것
아직까지 우는 것들은
제 생을 다하지 않은 것들
정해진 대로 살려고 하였으나
정해진 대로 살지 못했을 뿐
얼마나 큰 울음주머니이기에
저렇게 비우질 못하나
계속 노래하는 것이 벌이 될 줄은

저자 소개 ㅣ하상만
2005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간장』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등, 저서 『과학실에서 읽은 시1,2』 『문학시간에 읽은 시』 등이 있음. 〈교단문예상〉 〈김장생문학상 대상〉 〈김구용시문학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