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오승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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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도서출판 황금알
출간일 2022년 6월 27일
황금알 시인선 247.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한 오승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박제영 시인은, 시집 원고를 읽고 "오승철 시인이야말로 제주인이구나. 제주도 방언을 사랑하는구나. 제주라는 토속의 세계를 지키며 번(番)을 서고 있구나. 제주에 아무리 오래 살았다 해도 그의 시집(들)을 읽지 않았다면 아직 제주를 모르는 것이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한다. 그만큼 이 시집에는 천상 제주인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누구보다 제주도 방언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편편마다 드러나 있다. 시인 자신이 "대자연의 예술에서 내 시업(詩業)의 길이 있다" 한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시집을 통해 무거운 것을 가볍고도 깊게 담는 언어의 경지, 말을 죄었다 풀고 풀었다 죄는 신명의 참맛과 여유를 독자들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세상 ‘믐빛’을 건너는 그리움의 노래
오승철 시인이 등단한 해가 1981년이니 시업의 길을 걸어온 것도 어느새 4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그동안 겨우(?) 네 채의 집을 지었으니(두 채의 시선집을 포함한다 해도) 어찌 보면 과작(寡作)일 수도 있겠다. 지난해 나온 시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 〈시인의 말〉에서 오승철 시인은 “허랑방탕, / 여기까지는 왔다.”라고 적고 있는데, 내 보기에 과한 겸손이다. ‘오체투지로 온몸을 끄을고 가는 시업’이라는 길이란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이던가. 그 길 위에서 길 하나 돌려세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진시황의 사자(使者)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이곳을 다녀갔다 해서 서귀포가 됐다는 “서불과지(徐市濄之)”의 설(說)은 아무래도 틀렸다. 오승철 시인의 “승철과지(承哲濄之)”라야 맞지 않을까 싶다.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오승철 시인은 발이 닳도록 서귀포를 돌고 또 돌고, 서귀포를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시가(詩歌)가 있어서 “서귀포 칠십리 밤이 귤빛으로 익는” 거 아닌가.
― 박제영(시인)
“그래, 좋을 때다
찔레꽃 환히 켜 놓고
귀 먹먹 우는 섬아”
ㅡ 「시인의 말」 中
서귀포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 시인, 섶섬바당 노을이 뒈싸졈져"
노 시인 그 한마디에 한라산을 넘는다
약속은 안했지만, 으레 가는 그 노래방
김 폴폴 돼지 내장
두어 접시 따라 들면
젓가락 장단 없어도 어깨 먼저 들썩인다
'말 죽은 밭'에 들어간 까마귀 각각 대듯
한 곡 더 한 곡만 더
막버스도 놓쳤는데
서귀포 칠십리 밤이 귤빛으로 익는다
세월이 시끄러우니
누구의 작품일까
그림 속 그림 같네
제주도립 미술관
뒤뜰에 핀
동백아
분명히 한 나무인데 붉은 동백
흰 동백
애월
ㅡ 『장한철 표해록』에 들다
납읍천 도끼돌에 꿈이라도 벼렸을까
1770년 12월 25일, 못 가둔 그 꿈 하나
기어이 조천바다에 돛배 한 척 띄운다
믿을 걸 믿어야지 뱃길을 믿으라고?
소안도도 유구열도도 들락들락 들락퀴면
몇 명 또 바다에 묻고 만가 없이 가는 눈발
파도가 싣고 왔지, 청산도에 왜 왔겠나
꿈속에서 물 한 모금 건네던 무녀의 딸
하룻밤 동백 한 송이 피워놓고 돌아선다
그리움도 장원급제도 수평선 너머의 일
나도 야성의 바다, 그 꿈 포기 못했는데
단애를 퉁퉁 치면서 애월에 달이 뜬다
고향에 와 닮아간다
절집에서 며칠이나 병원에서 며칠이나
스님이 의사 같고 의사가 스님 같네
한 말씀 한 말씀마다 처방전도 거기서 거기
병원에 가는 일도 절집에 드는 일도
이삼십 년에 한번 꼴 오나 마나 하지만
밤새껏 링거 물방울 목탁 소리 같아라
봄 한철 꿩 소리가 터를 잡는 명치동산
물 실리면 단풍이요 아니면 낙엽일까
이승도 저승도 잠시 고향에 와 닮아가네

저자 소개 ㅣ오승철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조집 『오키나와의 화살표』 『터무니 있다』 『누구라 종일 홀리나』 『개닦이』, 시조선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 『사고 싶은 노을』(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등이 있음.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