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너머
 
시의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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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재연, 바리나 사우스, 이수명, 케빈 브로피 

 

#4.존버정신, 캔버스에 혼합 미디어, 130x97cm, 2023.jpg

Endurance Spirit, mixed media on canvas, 130x97cm, 2023. © Stonie Kang, Used with permission.

 

 

 

 

Invisible walls,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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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약력:

2002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산문집 『당신의 사물들』(공저), 번역 시집 Poems of Hwang Yuwon, Ha Jaeyeon & Seo Daekyung(Vagabond, 2020) 등이 있다.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에서 1930년대 한국 현대시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Links / 링크:

http://actionbooks.org/2021/08/ha-jaeyoun-two-poems-from-radoo-days-translated-by-hyon-bae/

http://en.wikipedia.org/wiki/Ha_Jaeyoun

 

 

 

 

 

흰 페이지들

​

​

​

​

주어진 페이지들이

함부로 당도한 까마득한 발자국들로 뒤덮여 있을 때

​

흰 빛은 어떻게 되찾을까?

​

발자국에서 자라나는 벽들의 높이와

발자국에서 증폭하는 입들의 묵음이

​

페이지의 두께를 더해가는

식민의 계절에도

​

자라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의 틈새에서 솟아난 균류처럼 우리는

​

무성하게 입을 벌리고 결국에는

밀림처럼

​

빽빽하고 야만스러워지는 것

 

바람은

기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불어오고

​

페이지들이 끝을 모른 채 넘어 간다

​

정박지도 도로도 없이

길을 잃다 만난 너와 나

​

우리에게는

미개발의 빛들이 도착하고야 마는 것이다

 

 

 

 

 

 

 

 

 

 

추방된 자들

​

 

 

​

여러 개로 갈라지는 혀를 가졌기에

우리는

순종할 수 없습니다

​

당신들이 당신들을 남용하여

빛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 작은 세계에

​

파도가 데려온 산호의 끝처럼

무한하게 회귀하는

말의 갈퀴에 쓸려

​

무지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

빛이 있으라

했어도 어둠이 더욱 필요한

몸뚱이들이 태어납니다

​

번식하는 문맹의 시간 속

​

내 혀에서 솟아나는

무수한 뿔들이 읊조리는 기도에는

​

신도

나라도 없습니다

 

 

 

 

 

 

 

 

 

 

오리말을 쓰는 사람*

 

​

​

​

이 곳을 떠나서

나는 더 큰 입으로 소리를 내야지

생각이 없고

개념도 없이

꽥괘괘괙

오리말이 통하는 곳으로

휴가를 왔다고

커다란 트렁크를 열면

챙긴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의 아이도 튀어나오고

다른 사람의 아이가 가져온

봉봉 사탕도 튀어나오고

동그랗고 새빨간 막대사탕이

우리의 입을 막고

다함께 볼이 불룩해져서

꽥괘괙 괘괘괘괙

떠들다가 즐거워지는

그런 곳으로

아무 것도 채워 넣으면 안 되는

검고 무겁고 막막한

트렁크를 하나씩만 들고

​

​

* 조지 오웰, 「신어의 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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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나 사우스(Barrina South)

 

약력:

바리나 사우스는 Barkindji 시인이자 이야기꾼이다. 인생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로서 2005년에 시작되었다. 또한 그녀의 연구를 바타으로 한 원고는 퀸즐랜드 프리미어 문학상의 데이비드 우나이폰 상 최종 후보였다. 그녀는 현재 캔버라의 Us Mob Writing(UMW) 그룹과 First Nations Australia Writers Network(FNAWN)의 회원이다. 신진 작가로서, 그녀의 작품은 『너무 치명적인』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길』 『우리의 사업』 『UMW 선집』(2017)에 실렸다. 최근, Barrina는 작가로서의 식견을 넓히기 위해 Create NSW로부터 기금 지원을 받았으며, 이 기금은 호주의 문학 발전을 위한 최고의 기관인 Varuna에서 초빙 레지던시를 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2022년에는 시드니 대학교의 차우차크 윙 미술관의 상주 시인으로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일련의 시를 지었다. 미술관과 예술 분야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현재 뉴사우스웨일즈 지역에 살면서 뉴사우스웨일즈 전역의 원주민 문화유산 보호에 종사하고 있다.

 

 

Links / 링크:

http://austlit.edu.au/austlit/page/A107535

http://daao.library.unsw.edu.au/bio/barrina-south/biography/

 

 

 

 

 

 

떡갈나무와 고무나무

 

​

 

 

점잖은 대화들

      잡음과

      비문들

      그리고 침묵이

 가끔 끼어들고.

​

그녀에게 부탁한다 내게

100명이 쓴

100편의 시를 읽어달라고

그녀는 내 발목에

크리스탈을 채우며 시를 읽고

​

       나는 가라앉는다

​

해저에 묻혀 있는

으스스한 난파선처럼

​

점점 숨이 가빠지고

그녀는 나와 함께 눕는다

조개껍질들, 도미 턱뼈들과 산호 사이에

​

비슷하지만

다른

떡갈나무들과 유령 고무나무들이

북동쪽과 남동쪽에

​

​

*유령고무나무는 줄기와 가지가 하얀 유칼리 나무의 일종으로 키가 크다. 떡갈나무는 줄기가 검다. 이 두 나무는 얼핏 비슷해 보인다. (역자 주)

   

 

 

 

 

 

 

 

 

 

위리와 호수*

 

​

​

 

공손히 안녕, 위리와 호수는

빗물로 가득 찼다가

태양 아래 사라진다

​

간간이 흐름 막혀

얕지만

깊은 역사와 함께 한다

​

증거는 모래 진흙 속에

분과 재

깎인 돌 속에 묻혔다

​

독수리들은 맴돌며 지켜본다

호수의 거대한 입을, 외침들을

호숫가를 핥고 있는 혀.

​

비럭은 밑에서 올려다보며 앉아 있다

조심스레 기다린다

가져가면 안 될 것을 가지고 가는 이들을

​

슬픔의 나무들은 물에 젖은 갈대에 기대어

말라버린 가지에 손짓한다 다가와 앉으라고

상처받은 영혼 혹은

망가진 가슴을 아물라고.

​

나는 수풀 우거진 팔에 안긴 채 앉아 있다

그들이 속삭인다 평화와 용서, 사랑의 메시지를.

​

​

* 위리와 호수(Weereewaa)는 나쁜 물(bad water)이라는 뜻으로, 호주 원주민들의 부족 언어로는 독수리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한다. 바다와 맞먹을 정도로 짠 물이 고인 호수다. (역자 주)

  

 

 

 

 

 

 

 

 

  

종이배들

 

​

​

 

해질 무렵

  우리는 종이배들을 띄운다

   짙은 회색으로 새겨져

        자유로이 흐르는 단어들 실어

      하루의 마지막 햇살은

      종이배들의 밤 항해를

        우리가 지켜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기다린다 물이 배를 삼키기를

     우리의 말이 사라질 것을 알고 다독이며

     모래 진흙 속에 누워서 우리는

   화석이 된다 미래의 목소리들이 읽고 고민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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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약력: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도시가스』 등 8권, 시론집 『횡단』 『표면의 시학』, 평론집 『공습의 시대』, 산문집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 번역서 『낭만주의』 『라캉』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노작문학상, 이상시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영역 시집 Just Like가 출간될 예정이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

​

​

​

​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벌레들이 옮겨가기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

벌레보다 나무가 먼저 움직이기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

​

나무는 움직일 때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

나무를 따라 걷는다.

나무를 비추는 불빛을 따라 걷는다.

꺼졌다 켜지고 다시 꺼졌다가 켜지는 불빛은 머릿속에서 먼저 깜빡인다.

​

이 불빛에서 저 불빛으로 벌레들이 옮겨가기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불빛에서 저 불빛까지 걸으면 불빛들은 모두 끊어지는 걸까.

멀리 불빛 하나가 가물댄다.

​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친구에서 저 친구로 벌레들이 옮겨가기에 머릿속의 불빛이 꺼진다.

어둠이 졸음에 빠진다.

​

걸음을 멈춘 나무에는 구멍이 나 있다.

구멍이 부풀어 오른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는데 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주택이 끝나는 곳

 

​

​

​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손이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

책상 위에 서류를 펼쳐놓고 펼쳐만 놓고

들여다보지 못했다. 종이들은 저절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밀려가는 소리를 냈다.

소방 당국은 산불을 끄지 못했다.

방화 용의자를 체포하지 못했다.

​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들어도 알지 못했다.

그것은 양이 우는 소리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양이 울고 있었다.

누가 밖에 양을 세워두었나

주택이 끝나는 곳 외진 덤불에서

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은 덤불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울음소리는 덤불을 뚫고 나왔다.

​

멀리 가지 못하고 울음소리는 덤불 주변에 떨어졌다.

주택가에는 주택 밖에 없었다. 아무도 창을 열지 못했다.

다 타버린 공기를 건드리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불을 껐다고

이제 잔불 진화 중이라고 발표했다.

불이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모두 엎드리라고 했다.

조심하라고 했다.

​

오늘은 잠들지 못했다. 밤이 없는 것처럼

밤을 바라보지 못했다. 어제의 뇌파가 오늘로 와서 헝클어졌다.

엎드려서 양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귓속에서 빙빙 돌다가

울음소리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가 밖에 덤불을 세워놓았나

주택가에는 주택 밖에 없었다.

​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그게 무슨 소린지

​

​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 와 잠이 깼다. 모르는 번호였다. 잠에서 깨는 순간 전화가 걸려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나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낮에 하나의 돌을 돌무더기 옆에 놓아두었다. 돌에는 눈이 없어서 나는 줄곧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전화의 목소리는 내게 따지고 있었다.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그게 무슨 소린지

  위층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 어디서 싸우는지 알 수 없었다. 화장실 같기도 하고 방 같기도 하고 거실 같기도 했다. 남자가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싸우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무엇을 보고 웃는지 알 수 없었다. 문을 보고, 벽시계를 보고, 오디오 스피커를 보고 웃는지, 아니면 어둠을 보고 웃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소리 지르며 추궁하고 있었다.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그게 아니잖아

  나는 전화를 받는 사람이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었다. 돌이 날아다녔다. 돌무더기를 찾을 수 없었다. 모르는 번호가 아는 번호가 되고 아는 번호는 다시 모르는 번호가 되었다.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모르는 사람이 윽박지르고 있었다.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싸우는 사람이 맞서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받느라 줄곧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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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브로피(Kevin Brophy)

 

약력:

케빈 브로피의 최근 책은 『세계의 이 부분』(Melbourne Poets Union, 2020)이다. 그의 이전 시집 Look at the Lake(Puncher & Wattmann, 2018)는 웨슬리 미셸 라이트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뛰어난 에세이를 위한 상인 칼리버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시는 최근 『호주 산문시 선집』(Melbourne University Press 2020)과 『내 혓속의 언어: 호주 뉴질랜드 시선집』(FarFlung Editions, 2022)을 비롯하여 Best Australian Poems와 주요 호주 시문집에 실렸다. 2015년에는 호주 문화예술국립원 B. R. Whiting Studio의 거주 작가로 로마에 머물며 작업했고 2019~2010년에는 파리의 키싱 스튜디오에서 거주 작가로 머물렀다. 1980~1994년 Going Down Swinging의 창간 편집자였고, 2007~2020년 Five Islands Press의 편집장을 지냈다. 그는 멜버른 시인 조합의 후원자이며, 첫 시집 출간 준비 기금인 Five Islands Prize의 이사이며, 멜버른 대학교의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이다. 2021년 교육과 창조적인 글쓰기에 대한 공로로 호주 명예훈장(AM)을 받았다. 2022년 9월, 그의 두 번째 단편 소설집 Finlay Lloyd가 출간되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브런즈윅의 시내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집과 뒷마당은 그간 발표한 수많은 시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Links / 링크:

http://www.mup.au/authors/kevin-brophy

http://www.wheelercentre.com/people/kevin-brophy

http://goingdownswinging.org.au/

http://www.canberra.edu.au/research/faculty-research-centres/cccr/opportunities/five-islands-prize

 

 

 

 

 

 

잉어

​

​

 

​

— 마치 살아있는 무게가

거기 내 손 옆에 있는 듯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의 의미를 갖고

​

(생명체는 각각 부서지고, 취약하고 붙잡혀,

힘줄과, 흉터와 근육의 원고 위에

표시된 읽히지 않은 의미들을 지닌다)

​

내게 새로운 강이 굽이쳐 가는 걸 바라보듯이

나는 당신의 시를 읽어내려간다—

갈라지는 자연과 모래가 펼쳐진 구간들,

강위의 섬들은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원한 물새들보다 더 오래되었다

강둑을 따라 수세기 동안 강을

쟁기질하는 바지선들도 있다: 연결된 강의 생물들.

​

그 구절들에 기대어 있는 당신의 시는

그 자체로 계속되는 강을 아치처럼 가로지른다.

​

우아함에서 경쟁하는 두 형태

하나는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주어지고

다른 하나는 존재의 원자적 영속성에 주어진다.

​

내게 분열된 무례함에 대해 말해달라.

​

강은 아치 같은 진실함을 원하고

다리는 강물의 장난기를 갈망한다.

​

그럼 당신은 말한다 맥락은​ —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

강물의 흐름은 이미지의 흐름이고

또 다리는 머무를 곳이다.

​

나는 상상한다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성의 방향타 없이 내가 갈 수만 있다면

현기증을 제어할 수 있다면

​

시는 시 이전에 오는 것을 보여줄 수 없다.

​

잉어, 놀라운 잉어

— 사제, 침략자, 괴물, 지느러미 있는 천사,

당신의 어두운 입이 벌어져

아직 알려지지 않은 채

당신이 다시 던져졌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그 너머 강,

그들의 연약한 샘, 밝은 폭포와 은밀한 숲 웅덩이들은

낮은 땅으로 맹목적이고 맹렬한 도달을 보여준다.

시간만큼 깊은 바다에 자신을 깊고 깊숙이 쏟아 넣을 때

​

잉어, 나는 읽고 또 궁금하다

강의 메커니즘에 대해.

 

 

 

 

 

 

 

 

 

번역하기

 

 

 

 

말해보자, 예를 들어, 내가 네게 말했던 마지막 시간이

내가 너에게 말하는 마지막 시간이 아닐지도 몰라

​

녹색 실로 땅에 엮은

작가의 말의 길을 따라 가면서

또 그들이 한 말을 전혀 기억 못하면서

​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어떤 신랑을 바라보며

그 후 고요하다가 멀리서 들리는 첨벙 물소리가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걸 보면서

​

또는 노래와 노래 사이 한 가수가

갓 태어난 아들에게

이 병든 지구의 병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고 싶어하는 걸 보면서

 

 

 

 

 

 

 

 

 

 

빛

 

 

 

 

오늘 나는 베네치안 블라인드 두 개를

깨끗이 닦았다.

그건 마치 시를 다시 쓰는 것 같았다.

한 줄 한 줄에서

먼지, 기름, 커피 얼룩이 있고,

모든 단어마다 연약함이 불타 있다.

​

나는 당신 가게의 점원이 된 것 같다.

이 일 말고는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없다.

 

 

 

 

 

 

 

 

 

 

 

 구 웹진(블로그)에서 보기 ► 

https://blog.naver.com/sidong6832/22357479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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