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특집
 
신인특집
Extra Form Output
저자 추천사 송재학[202107vol.70] 

 

 신작시 

 

 

 닭고기

 

 

 

 

 

 

  닭고기는 기쁨과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치미는 화를 견디다가 밤에 닭을 몰아서 먹는 경향이 있다

  닭강정 상자에 웃는 닭이 그려져 있다

  이게 닭의 영혼이라면 정말 화가 난다

  시간표가 갈수록 촘촘해진다

  생산성 향상은 자학이 아닐까

  신문에 난 상호 공감이 가능한 것일까

  이 상자만 해도 멋진 종이 뚜껑 아래 절단된 닭들이 들어 있지 않은가

  나만 해도 닭다리 모양으로 오토바위 위에 얹혀져 있지 않은가

  닭강정을 입에 넣고 고차원적인 문제들을 생각한다

  문제들을 풀어놓기 시작하면 뼈다귀산처럼 웅장해진다

  콜라와 함께 내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

  삶을 비유로 인식한 숙부는 목을 매었다

  숙부를 비유로 인식한 숙모는 청소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순한 것은 처진 야채만큼 위험한 게 아닐까

  몸을 갈색으로 물들인 새처럼 나무에 적응하고 싶지만

  또 한 번 머리를 잘리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양념을 묻히고 누워 있는데 새벽에 닭이 울까

  먼저 공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변신

 

 

 

 

 

 

  천 개의 가면을 얼굴에 썼던 네게 얼굴은 무엇이었나. 너는 시력을 잃어갔다. 마지막 공연은 별로였다. 줄을 공중에 걸던 너는 자빠지기까지 했다.

 

  네가 떠난 후 나는 변신을 그만 두려 했다. 유행하는 알리바이를 피하느라 공연이 끝난 뒤에 거울을 들고 불 끈 무대에 머물렀다.

 

  어디서나 변신 기술이 공개되고 있다. 변신은 물고기 수만큼 많다. 물고기 수는 물보다 많다. 내 가면은 빈약하고 표정도 점점 궁핍해진다.

 

  네 마지막 말은 내게 영향을 미쳤다. 얼굴은 지옥이었다.

 

  맞닥뜨린 얼굴은 교훈이 될 만한 것만 공개되었다. 국가는 그런 일을 한다. 나머지는 개인용 선물 상자에 들어간다. 얼굴끼리는 지난 시절을 뒤섞고 망치기 일쑤였다.

 

  어느 날 나는 조금씩 없다. 변신의 핵심 기술이 작동되었다.

 

  우주가 거울에 비친다. 이 거울이 우주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남자였고 때때로 거울을 바라봤으며 천 개의 가면 외에 하나의 가면이 더 있었다.

 

 

 

 

 

 

 

 

 

 



 

 순수 기억

 

 

 

 

 

 

  커피에 우유를 탄다. 우유가 커피 안에서 피어오르는 모습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나는 훗날 이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기호가 새겨진 둥근 동전은 우연의 형식이다. 동전은 던져지거나 굴러온다. 동전을 주운 다음, 그러므로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나는 당신의 건너편에 앉는다.

 

  내릴 곳을 지나쳐 내린 곳에서 그대를 만나 결혼한 적이 있다. 우리는 비가 퍼붓는 계곡에서 방갈로에 풍선을 매달았다. 결혼식을 미화하는 데 지쳤을 때 이사가 시작되었다.

 

  적도 부근의 건물들은 가장 느리게 움직인다. 쇠약한 샤워기 아래 우리는 함께 서 있다. 태양의 저울이 놓이고 우리는 저울의 눈금 안으로 들어가 깊이 잠든 서로를 깨우다가 서로 화내는 꿈을 꾼다.

 

  이런 기억도 등장한다. 그림자가 연기하는 연극에서는 그림자 뒤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에 쓰러진 소녀 위로 손수건 한 장이 날아와 덮일 때 그 커다란 해변이 보이지 않듯이

 

  그리고 물속의 작은 구름이, 그 구름은 이미 큰 것이지만 부서진 물의 크기에 맞게 줄어든다. 시간의 모자처럼, 허공에서도 구름은 그러하리라.

 

  구름과 우유가 그런 식으로 커피에 연결되었지만 망친 결혼식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끝내 해결되지 않을 그 일은 해변의 규모를 한 번 더 축소하고 꿈속에서 타오르는 태양을 동전의 원형으로 만든다.

 

  어느 날 사람들 틈에서 엄지손톱이 안 예쁘게 자라네라고 생각했다면 어느 날 커피를 저을 때 그 말을 크게 들을 수 있다. 중얼거림이란 미래와 같다.

 

  어떤 행동은 여러 번 사용된다. 새 집에 돌아왔을 때 봉지가 열려 있던 커피 재료 옆에 동전들이 수북하다. 당신은 이 정도면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특집_김후성.jpg

2021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등단.

 

 

 

 


 추천사 


 

 

 

 

얼굴, 기억, 비유의 공감각

 

● 송재학

 

 

 

 

 

삶을 비유로 인식한 숙부는 목을 매었다

숙부를 비유로 인식한 숙모는 청소 일자리를 구했다

- 김후성의 시 「닭고기」에서

 

 

  1. 얼굴

  

  여기 얼굴/얼굴들이 있다. 천 개의 가면과 뒤엉키는 얼굴이다. 얼굴은 대상과 발화자의 친화이기에 자꾸 가면과 섞이는 나의 얼굴은 정체성의 진화에 대해 진지해진다. 얼굴은 수사법 이래 수없이 문자로 정착되어 왔다. 한 개인사에 있어서도 민요가 문자로 정착되는 서사와 비슷하게 얼굴은 문자화 되면서 생을 정의하고 규정한다. 얼굴의 기호화에 김후성의 시적 전략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지점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엄청나게 제작된 얼굴이 있었기에 쉬이 부서지고 낡아지기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얼굴의 이미지들은 이미 고도화되었다. 상투성이라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인들은 얼굴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통과의례처럼 시인의 시선을 삼키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사면불, 거조암 영산전의 500 나한처럼 사물과 풍경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는 행위는 자아의 현현이다. 김후성이 말한 지점이 또한 그렇다. “우주가 거울에 비친다. 이 거울이 우주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남자였고 때때로 거울을 바라봤으며 천 개의 가면 외에 하나의 가면이 더 있었다. ” 천 개의 가면에 덧붙여진 김후성의 가면 하나에 신뢰를 던진다.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가 자신을 복제한 다른 이름들인 “알베이루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리카르두 레이스, 안토니우 모라, 토머스 크로스, 바랑 드 테이브, 헨리 모어, 마리아 주제”는 가상의 인물들이면서도 생년월일과 일상과 세계관을 각기 부여받았다. 페소아는 우주의 끝없는 인과율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다채로운 이명을 발명했다. 페소아의 이러한 가면/얼굴의 방법론의 변주는 당대 시인들의 의무이다.

 

 

  2. 기억

  

 김후성의 커피, 동전, 결혼이라는 개별 이미지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기억의 플롯이고 행위라는 운동성을 확장한다. 김후성의 운동성은 브라운의 법칙을 따르지는 않지만 외견상 브라운 운동을 따라간다. 삶은 우연과 필연의 삼투압이다. 우연이 필연이 되기도 하고 필연은 우연의 행로를 겪게 된다. 삶을 규정해주고 지적해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배후에 있는 이미지를 간결하게 드러내는 행위이다. “커피에 우유를 탄다. 우유가 커피 안에서 피어오르는 모습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나는 훗날 이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라고 했을 때 화자는 우유와 커피의 번짐과 섞임에 대한 기억/운동을 축적하면서 생의 어느 지점과 연결되는지 생각한다. 커피와 우유는 어떤 통점, 어떤 비애의 이름이다. “내릴 곳을 지나쳐 내린 곳에서 당신을 만나 결혼한 적이 있다. 우리는 비가 퍼붓는 계곡에서 방갈로에 풍선을 매달았다. 결혼식을 미화하는 데 지쳤을 때 이사가 시작되었다.”라는 구절에도 우유와 커피의 번짐과 섞임이 있다. 우유와 커피는 심지어 “그림자가 연기하는 연극에서는 그림자 뒤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에 쓰러진 소녀 위로 손수건 한 장이 날아와 덮일 때 그 커다란 해변이 보이지 않듯이” 생활의 그림자라는 역할을 서슴없이 떠맡는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 대신 삶과 섞일 수밖에 없는 감정의 비릿한 냄새를 김후성은 감각하는 것이다. 얼굴이라는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3. 비유

   

  비유는 성찰의 갈래이다. 자신의 내면이 무화될 때 비유는 비명이나 신음에 가깝다. 삶을 유지 한다는 것의 간난과 신산이 만만치 않다. “삶을 비유로 인식한 숙부는 목을 매었다 숙부를 비유로 인식한 숙모는 청소 일자리를 구했다”라는 구절을 보면 김후성에게 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아이러니이다. “닭고기는 기쁨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도입부는 바로 그 감정을 단정하고 있다. 왜 삶을 비유로 인식한 숙부는 자살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시는 시작하고 있다. 삶은 비유가 아니라는 사람들은 생을 유지하고 삶이 비유일 때 숙부는 자살한다. 무엇에 비교되는 삶이었을까. 삶이 삶이 아니고 죽음, 빈곤, 소외 등의 비유로 알려질 때 누구에게나 삶은 지긋지긋해지고 증오스러워진다. 그러니까 ‘삶을 비유로 인식’한다는 구절의 원문은 아마도 ‘삶을 (……) 비유로 인식’한다는 구절일 것이다. 비유 앞에 무수히 생략된 (……) 부분이 바로 삶의 배후이다. 온순한 것이 처진 야채만큼 위험하다는 비유, 무엇이든 제 탄성을 잃어버릴 때 비유라는 어둠이 먼저 생을 지배한다.

 

 

 

 

 

 

 

 

 

 

SE-3da8ade6-4fd3-407d-841d-f275dca150ee.jpg

송재학  l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계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슬프다 풀 끗혜 이슬』이 있음.

 

 

 

ㅡ

2021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