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 저자 | 박소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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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못
벽에 박힌 못이 자꾸 움직여요
무심코 한눈을 파는 사이
어제는 왼쪽에 있던 못이 오늘은 오른쪽에
머리 저 위에 있던 못이 가슴에, 가슴 한가운데에
그림을 한 점 걸어두었는데 어느 밤
눈에 익은 풍경이 천장에 들러붙어 있었죠
충혈된 형광등 곁으로 이국의 바다가 넘실대고
나는 그곳 해변에서 작은 불가사리를 하나 주웠답니다
그걸 머리맡에 두고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어요
옷을 한 벌 걸어두었는데
그걸 입고서 바람 부는 해변을 쏘다니기도 했는데
옷은 금세 사라졌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먼 곳
먼 못에 걸려 있다는 소문이군요
여기 숨을 고르는 못에
발가벗은 나를 걸어두어요 아주 조금만
침울한 내가 상냥하게 방긋 웃을 수 있게
못은 어디에 있나요, 못에 걸린 나는
무심코 한눈을 파는 사이
오, 이마에 붉은 구멍이 생겼군요, 아프지 않군요

박소란
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이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