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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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신용 

 滴
 ―무제

 

 


 마치 名畵처럼…
 영롱하게 풍경들이 맺힌 물방울을 보고 난 뒤
 마당의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 앞에 선다 
 물방울은 맑고 초롱하다 어린아이의 눈 같다
 그 물방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그러나 초점이 맞지 않아서인지 빛의 굴절 때문인지
 얼굴이 비춰지질 않는다 깨금발을 해도
 여러 각도에서 얼굴을 비춰 봐도, 물방울은 여전히 이물질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세상에, 물방울에도 얼굴이 비쳐지질 않는 생이라니!)
 갑자기 내가 이물질 같다
 물방울이 눈을 흘기는 것 같다
 그 공백이, 맑고 투명한 공간이 차갑게 목덜미에 떨어진다
 나는 서늘히 뒤돌아본다 여전히…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맑고 투명한 액자 속의 물방울이… 名畵 같다
 물방울 속에 내가, 물방울로 떨어진다
 나는 애써 부끄러운 발뒤꿈치를
 翅果*처럼 든다

 

 


* 翅果(시과): 날개 달린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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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용
  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버려진 사람들』, 『개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시선집 『부빈다는 것』,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원제 『고백』),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가 있음. 〈천상병문학상〉, 〈노작문학상〉, 〈올해의좋은시상〉,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