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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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원교 

  장미와 철조망

 

 

  모든 거룩한 생명의 몸부림과 피의 향기가 자욱한 봄날 아침, 끝끝내 철조망을 기어오른 저 넝쿨장미의 형형한 눈빛은 오래전 로마 병사 롱기누스의 창에 옆구리를 깊숙이 찔린 예수의 피울음과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 갓 피어난 꽃잎마다 맺힌 핏빛 이슬을 털어내는 푸른 팔의 여인이여, 사랑은 일순간 청맹과니가 된 채 뾰족한 가시와 가시가 만나 서로 부딪혀 깨지고 피 흘리는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옹송그리는 적요와 긴장의 심연을 지나온 샛바람이 머무는 곳마다 붉디붉은 욕망과 열정의 꽃들이 무장무장 피어난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가늠해볼 틈도 없이 설사 참혹한 종말을 맞이할지라도 오늘도 한 송이의 사랑을 횃불처럼 활활 피워 올리며 차디찬 금단의 벽을 오르는 그대여, 지금 그렇게 핏물 뚝뚝 흘리는 옆구리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 살아 숨 쉬기에 빛나는 상처 아닌가 무릇 천국의 길은 그대 마음속에 있나니 이제 잠시라도 푸른 하늘에 흐려진 눈을 씻고 귀를 활짝 열어 들어보라! 방금 그대 곁을 스쳐 영원으로 떠나가는 생(生)의 기적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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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교 |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 『빈집 지키기』 『혼자 있는 시간』 『오래된 신발』, 산문집 『굼벵이의 노래』가 있음. 〈청선창작지원대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