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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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용환 

남쪽에 대한 농담

 

 

 

나는 풀내음이 몸에 밴 사람,

초록의 태생을 어찌할 수는 없다네

배회하는 고양이들에게

우울한 밤 창문에게 술친구들에게 나는 말해주네

날개가 한 마장이나 되는 새들의 고향

남쪽은 왕들이 사는 곳이라네

구두끈을 단단히 매라구

열쇠와 깃털을 충고하겠네

버려진 탁자를 데리고 갈 수는 없어서

편자 박은 구두를 선물했네

며칠 후면 전설의 새가 만 년을 참아온 숨을 쉰다고 하네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말들이겠지만

베갯잇에는 매일 비밀스런 지도가 그려지지

그렇지만 어리석은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라도 있다네

은밀하고도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풀꽃으로 배가 부른 사람은 또 말해주네

도깨비들의 언덕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겠지만

누군가 좋아했던 노래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운명적인 사랑이라네, 그런

농담 가득한 가방―뭐든지 쑤셔 넣어도 헐렁한

대합실 구석에게

닳고 닳은 뒷굽에게

오랜 말벗이었던 가로등에게

그리하여 나는 어느 바위에 걸터앉아

심연에서 솟구치는 둥근 물방울들을 노래하겠네

언제 떠나왔는지 여기 살았는지

묻지는 마시게, 불멸의 지평선으로 태양이 떠오르고

그 한가운데로 배가 지나가듯

물안개의 터널과

제멋대로인 항로와

무슨 靈感도 없이 총소리처럼 깨어난 얼굴들끼리

뽕짝에 맞춰 너풀거리는 옷자락일 거야

출렁거려야만 보이는 등대일 거야

자 남쪽이야, 그 말을 정녕 믿어야하네

떠나지 말라고 경고하던 가장 위험한 말을 알약처럼 삼키면

모든 게 흑백화면으로 바뀐다네

이제는 자네가 대답할 차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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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 | 1998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뿌리 깊은 몸』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