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화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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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질문들
고3 교실 수험생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모두 열공 중이다 열심히
답을 찾고 있다
핸드폰에는 답이 없다는 거 저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만
하루 종일 발효하는 술독처럼
끓어오르는 질문들을 참을 수가 없는 거겠지
간신히 지상으로 올라온 차창 밖으로
시퍼런 한강이 모범 답안지처럼 펼쳐져 있는데
아무도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질문 몇이 내리고 난 빈자리를
금방 다른 질문이 채운다
칸칸이 물음표를 싣고 지하철은 숨이 차는데
성투하세요 사랑합니다
해마다 입시 철이면
담벼락에 휘날리던 낡은 글귀 몇 던져놓고
빽빽한 질문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집으로 가는 한적한 골목길
아파트 지붕에 걸린 초승달이 빈 괄호 같아 보인다
그냥 갈까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저 투명한 편의점에 들러
맑은 술로 입이라도 헹구고 갈까
또 다른 질문과 맞닥뜨린다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화은 l
1991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이 시대의 이별법』 『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 『절정을 복사하다』 『미간』 『절반의 입술』 『누가 나를 자꾸 없다고 한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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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호(VOL.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