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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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형준 

   

  

 

 

 

 하얀 가운의 집

   

   

 

 

 

트럭에서 내린 고기를 등 뒤에 걸쳐 메고

걸어가는 사람,

고기가 사람 키만 하다.

새벽 시장으로 향하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멘 사람,

그림이 오버랩된다.

고기가 꽃이 될 수 있다면

꽃도 고기가 될 수 있을까.

새벽 강가로 나갔다

축산시장을 들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시장 말고도 동네 곳곳에

고기 도매집이 있다.

아파트 놀이터 입구 난간에

허리를 기대고 쉬고 있을 때

횡단보도 건너편

낮에는 닫혀 있던 고기 작업실의 문이 열린다.

하얀 가운을 입은 점원들이 나와

고기를 들춰 메고 오는 사람을

먼 친척이나 옛친구같이 반긴다.

이발소 옆 고기 도매집,

가위손 옆

발골사의 칼끝.

머리카락을 터는,

고기를 다듬는,

칼과 가위를 쟁쟁거리며

하얀 가운의 집이 나란히 붙어 서 있다.

 

 

 

 

 

 

 

 

 

 

 


 

신작시_박형준.jpg

박형준  l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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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호(VOL.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