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홍은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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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의 기억
렌즈를 닦는다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아버지 지문
위로 내 입김이 달라붙는다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검지에 힘을 주는 순간
뷰파인더 속 풍경이 가라앉는다
필름을 현상액에 담근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골목과 철거된 간판과 끝내 건너지 못한 횡단보도가 감광된 채 떠오른다
적색등 아래 이미지는 서둘러 나타나지 않는다
벽면의 균열이 드러나고 의자의 그림자가 자리를 찾고 자주 떠오르던 옆모습 하나 늦게 어두워진다
지문 자리에 내 가슴팍이 겹쳐지고
조리개처럼 좁아지는 심장벽
카메라를 들어 올릴 때마다 움찔한다

홍은택 l
1999년 《시안》 등단. 시집 『통점에서 꽃이 핀다』 『노래하는 사막』 『플라잉 붓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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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호(VOL.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