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효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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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를 꺾어 줘
뭐 종아리를 꺾어달라고? 이렇게 많은 다리를 심어놓고 네가 오지 않아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등으로만 걸어 눈앞이 너무 멀어서 오독은 오도카니 오수를 즐기는 언덕이 되었다지 어디서든 넘어지면 바다에 빠진다는 진지한 농담으로 너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빈 배 앞에서 걸어오는 발목을 붙잡아 앉힐까 여길 벗어나기 위해 여길 또 찾아온다는 움직이는 동굴 깅이 보말 같은, 인간적이라는 말은 얼마나 살 떨리게 인간적인가 그래 해안가 바위틈엔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한가득이지 生이 다 거기서 거기 같다가도 막 배를 놓치고 나면 뱃길이 선명해지기도 하는 것처럼 바다 한가운데 떨어진 농담이 섬이 되는 기적을 이제 아무도 믿지 않지만
내일 태어날 눈을 사러 갈래 귓불이 넓으면 잡상인이 드나들기 마련이지 저녁 밥상엔 저기 헤엄쳐 오는 무개념을 통발로 건져 아득바득 씹어 먹을까 집요한 해풍에 점점 말라가는 우리라는 유통기한 해풍을 태풍으로 몰아간 종아리는 종다리처럼 쭈뼛쭈뼛 주머니엔 떠나면서 쥐여준 사탕 한 알 녹아 없어지지 않는
쥐고 있으면 장다리 아니 종아리 어쩌면 종다리 다 모르겠고 여긴 다리가 너무 많아 전생의 천적도 많아 눈치도 없고 창문에 머리 박기가 네 주특기인 건 알지만, 밀물에 떠밀려 왔는지 목을 빼고 꼬아 앉은 두 다리 바다 뒤에 버리고 왔는데 어디에 묻어온 걸까

김효선 l
2004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어느 악기의 고백』 등, 산문집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졌다』가 있음. 〈시와경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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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호(VOL.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