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지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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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본
사방 천지가 몸이네 어휴 어쩜 좋아 누르면 터지겠네
대동여지도 복사본을 보니 누운 시신 같아 실핏줄이 꿈틀거리며 죽어 살아있어 산이 길을 열어 몸 위에 내가 몸으로 움직여 그러니까 여기 흙, 살아있는 흙으로 움직여 피가 터지겠네 밖에 크레인을 움직이는 저 사람도 목도리를 감고 빠르게 지나가는 저 사람도 내가 딛고 있는 이 땅도 흐르며 출렁여 아 그러다 보아 제주도 저 섬은 실핏줄 뻗친 동공 같아 눈이 홀로 떠서 보아 목 베인 시신처럼 댕강 떨어진 동백처럼 보아 눈이 몸 밖에 있을 수 있나요? 바다는 몸이 없나요? 사방 천지가 몸 같아 눈 같아 실핏줄에 감도는 종이 낱장들 이어놓은 몸의 지도들 산짐승의 껍질을 벗긴 산자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성스러운 짐승의 옷을 입고 내가 있네 솟구치는 솟구쳐 흐르는 산으로 흙 한 줌 교교한 빛 한 줌으로
오늘의 피를 마셔요 오늘의 살을 만져요 지도를 감싸고 도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 밖에서 우린

지연 l
2013년 《시산맥》 등단. 시집 『건너와 빈칸으로』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이 있음. 〈구지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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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호(VOL.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