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돈형 | ||
|---|---|---|---|
황사
오늘은 황사가 심하대요
겨울이 길어서 겨울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왔더니 그만 놔달라고 애원을 해요
그래서 그런가요
오늘은 황사가 심하대요
뿌연 하늘과 뿌연 바람과 뿌연 사람들
봄은 꼭 그렇게 와요 좀 개어서 왔으면 좋겠는데
알아요 그래야 봄이 봄답다는 걸
그래서 그런가요 긴긴 겨울의 머리채를 잡고 있을 땐 내버려둔 맘이 차갑기만 했는데요 그 머리채를 놓고 나니
뿌예요
제가 잘못한 건가요
봄다워지면 안 되겠죠 따스해지면 안 되겠죠
아직 당신이 가고 있으니 나는 시려도 한참 시려야겠죠
그래서 그런가요
오늘은 황사가 좀 심하대요

이돈형 l
2012년 《애지》 등단. 시집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가 있음. 〈김만중문학상〉 〈선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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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호(VOL.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