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영광 | ||
|---|---|---|---|
구경
배보다 더 느릿느릿한 하늘의 배,
비행기로 제주도에서 돌아왔다
수십 억짜리 성냥갑들과 달동네들 지나
마천루와, 권부의 각진 지붕들 위를
느리게, 조금 느리게, 번개같이
날아 내렸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집과 길의 숲이 앞을 막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시간이 또 꿈지럭꿈지럭
쇄도해 왔다 조감도처럼 말끔하던 서울,
공중에선 모든 것이 작고 분명했는데
하느님 눈을 분실하고 나니까 다시
모든 게 크고 멀고 막막해졌다
삶은 그치고 구경이 시작되었다

이영광 l
1998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그늘과 사귀다』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살 것만 같던 마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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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