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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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명훈 

   

 

 

 

 노숙

 

 

 

 

 

  내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났다.

  회현 지하도엔 눈칫밥 담긴 공룡알 박스가 군데군데 있었다.

  광교산에서 시멘트 포대를 지고 오를 때 터져 새 나온 시멘트, 삼키고 싶었던 회색 가루 냄새, 하룻밤 노숙에 들면서 내 몸은 왜 견고해졌을까.

 

  바닥은 없다.

  무너져 내린 바닥은 바닥의 시작일 뿐, 또 꺼진 바닥은 바닥의 입구, 나는 거기까지 와 있다.

 

  잿빛 허공에 올려진 작달막한 노숙자의 오른손엔 송곳이 쥔듯했고

  흉터투성이 왼 팔뚝을 내리치며 내지르는 목소리는 벼랑에 서 있었다.

  “암이래. 육 개월밖에 못 살아, 형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 소주 세 병 까고 볼펜으로 내 팔뚝을 찍었다고.”

  그칠 줄 모르는 절규에도 늙수그레한 노숙자는 초점도 없이 먼 곳을 보며 깨진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 밤은 신들도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말은 쓰지 않겠다.

 

  벼랑으로 치닫는 짐승과 아랑곳없이 지껄이는 파편 사이, 회현 지하 바닥은 더 딱딱해졌다.

  나는 맨 구석으로 밀려났고 남루한 옷 지린 오줌 냄새, 여기까지 떠밀린 내 쪼그라진 면적은 헛소리로 채워졌다.

 

  무가지도 박스도 없고 라면 건더기가 말라붙은 신문지 반쪽을 시처럼 펼쳤다.

 

  균열과 부식을 땜질해야 하는 게 바닥과 벽뿐이겠는가.

 

  바닥도 없고 천장도 없는 게 신자유주의뿐이겠는가.

  보이지 않는 통증에서 시멘트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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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l 

2000년 《현대시》 등단. 2003년 《문학사상》 〈장편소설문학상〉 수상. 장편 소설 『꼭두의 사랑』 『Q』 『수평선 여기 있어요』, 단상집 『수저를 떨어뜨려 봐』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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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