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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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유자 

   

 

 

 

 루빈의 잔

 

 

 

 

   

  발목을 걸고 매달린 와인잔들

  피가 머리로 몰리는

 

  얼굴은 달아오르고 호흡은 거칠다

  맨발에 밟히는 포도알들

  종아리를 기어오르는 감정들

 

  하지정맥이 툭툭 불거지고

  떠도는 재즈, LP 판을 긁는 불안

  흐름을 벗어나는 음계를 따라

 

  바위틈에 발톱을 걸고

  세상을 뒤집는 박쥐에 대해서라면,

 

  흔들리는 잔의 투명함

  와인잔에 액체를 넣고 잔의 둘레를 문지르면

  새어 나오는 유리의

 

  비명이

  귀의 동굴을 통과하며 증폭된다

 

  끊어질 듯 팽팽해지는 불협화음들

 

  여자인 내 입에서

  마이크를 통과해 뱉어낸

  내 속의 남자

 

  노래도

  생각의 돌무더기도

  별들의 희고 검은 얼굴로 발효되는 밤

 

  어둠이 나의 틈을 움켜쥐고 세계를 뒤집느라

  날개를 퍼덕인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동굴 속으로

  붉은 액체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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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자  l 

200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고백하는 몸들』 『너와 나만 모르는 우리의 세계』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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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