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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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성현 

봄눈

 

 

 

 

 

 

당신을 보내고 온 날 온종일 눈이 내렸습니다 처마에 매달린 구릿빛 풍경이 고드름 녹듯 뚝뚝 떨어졌습니다 발자국이 어지러웠습니다 발목까지 쫓아온 발자국을 떼어내며 나는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태반이 멀리 가지 못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오월에 큰 눈이 내렸다는 말은 신문을 뒤져봐도 깜깜했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눈을 맞았습니다 처마에 매달린 구릿빛 풍경이 당신의 기척을 들었습니다 눈을 푹푹 밟으며 부산했습니다 나는 바싹 마른 국수처럼 비좁아져서는 봄눈 속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발목까지 쫓아온 발자국을 떼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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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

200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가 있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2013). 세종도서 교양부문(2018) · 우수출판콘텐츠(2020)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