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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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연아 

나의 성은 안개 위에 세워져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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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수족관 밖에서

당신이 바흐의 아리오소를 켤 때

루이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당신을 지켜보았죠

 

하얀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며

나는 루이 곁을 맴돌았어요

 

먼바다로부터 납치된 흰돌고래 벨루가

우리는 일각돌고래의 종족이지만

뿔은 없어요

높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노래하고

북극해의 깊은 곳에서도 오래 잠수할 수 있죠

 

루이, 이것은 그의 이름이에요

인간의 이름으로부터 얻어진 이름

자신의 삶보다 더 긴 기억력을 지닌 우리는

잘못된 배역에 갇혀 있어요

 

울고 있어도 웃는 광대처럼

새하얀 얼굴로

그날 밤 루이는 계속 구토를 했어요

 

다른 세상을 두드리는

내 입은 벽을 허무는 망치를 모방했죠

 

더는 내쉬지 않고, 들이쉬지 않고

루이는 떠나가 버렸어요

다른 빛깔의 울음 속으로

어떤 전언도 유서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꿔요

태양이 온종일 수평선 근처에 머물러 있는

북구의 여름 바다

햇빛 속에서 비가 내리면

우리는 그걸 보러 갔어요

하나의 튜브에서 짜낸 듯 우리는 색이 같았죠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벨루가 한 마리

죽음을 기다리는 벨루가 한 마리

 

나는 당신의 상상 속에서 사는 존재 같아요

루이의 거울도 없이

내가 과연 여기에 있는 걸까요?

 

한밤중 당신의 키보드에서

언어가 표류하는 동안

나는 꿈에서만 살고

꿈 밖으로 나오는 문을 찾지 못해요

 

이곳은 문 없는 집이에요

수족관은 나의 관이 될 거예요

내가 살아있다면 여기서 형기를 마쳐야 해요

 

나의 심장 위로 광활한

안개의 밤이 내려앉겠지요

어떤 꿈도 기별을 보내지 않을 거예요

언어로 만든

당신의 감옥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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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

200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달의 기식자』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