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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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진용 

   

  

 

 

                       

초대

            

 

 

 

                       

  달마산 도솔암에서 그림자랑 놀다

  목포 돌아오면서 미루나무 만났을 때

  해남 땅 다녀간 그대가 그리웠는데

 

  그대는 한 시간 하굣길 걸어오다

  멀리 동구(洞口)에 껑충 솟은 미루나무 볼 때면

  이제 집에 다 왔구나 싶어 마음 놓였다고 했지요. 그때

  제자리 깊이 읽으며 눈으로 거둔 수분(守分) 말씀이

  그대 걸음 따라 가슴 널따랗게 뿌리 늘였고

 

  한자리 둥근 줄기에서 비롯된 그대 음전이

  그대와 함께 도솔암 찾은 내 가슴에까지 너울져

  스스로 유배 사는 슬픔 깜빡 잊게 했으니

  헐한 언약 없었음에도 미루나무 만나자마자

  그냥, 그대가 그리웠던 것인데

 

  가늘고 기다란 쥐똥나무 향기가

  그대 무겁고 둔한 걸음 그냥 끌어당기는 날

  해남 노을 바다에 마음 먼저 부신 나를 생각한다면

  그때는 내가 달마산 청미래 덩굴일 테니

  그대가 훌쩍, 북풍 탔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미루나무에서 아닌 평정(平靜) 만난 것처럼

  내가 연둣빛 위로였으면 싶기 때문입니다.

 

 

 

 

  

 

 

                       

복기(復棋)

                 

               

           

 

      

  비자나무 바둑판에 바둑돌 놓을 때

  천년 나이테가 건네는 탱글탱글 목청이 귓속 달팽이 간질이면서

  나무들 살 비비는 숲으로 오라, 하고

 

  푸르디푸른 숲 그리운 그대가

  바람 그렁한 날 비자림(榧子林) 홀로 찾아와

  삼천 악공이 일구는 솨 솨 솨 화음으로 고막 켜켜이 쌓인 소음 키질한다면

 

  제주 누리는 마수걸이로

  푸른 숲 붉은 길에 놓은 걸음이 그야말로 정석이겠고,

  게다가 피톤치드 출렁대는 갈맷빛 더불어

  예덕나무가 건네는 너른 수담(手談) 헤아리며

  홀로 그림자와 사무치도록 대좌한다면

  그 후유증 사무치도록 꼬리 길어

 

  이곳 울울(鬱鬱) 숲 다녀간 뒤에도

  세상 소음이나 잡음이 훈수처럼 끼어들 때마다

  솨 솨 솨 향혈(響穴) 맴도는 비자림 음색 찾아

  현현(玄玄) 맥놀이 아득하게 더듬겠습니다.

  

 

 

 

 

 

 

 

 

 

 


 

공시사의시선_정진용.png

정진용  l

2017년 시집 『여전히 안녕하신지요?』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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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