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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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류운정 

   

  

 

 

                     

 악어

  

 

 

 

 

  강물에 던진 돌은 물 위에 무게만큼 흔적을 남긴다

  무수한 무늬를 안으로 새긴 물줄기들은

  몇 굽이를 돌아 강에 이르고

  구부러지는 것들은 몸에 호의 각도를 가진다

   

  꼬리를 흔들면 와르르 쏟아지는 물비늘

 

  그 말랑한 뼛속에 검은 발톱을 감추고

  크고 긴 입을 다물며 고요가 물살을 가르며 온다

 

  얼룩말 하나 물속에 생의 마지막 피를 적신다

  한 바퀴 두 바퀴 먼 산이 돌고

  물살과 함께

  입안에서 부서지는 뼈들

 

  당신은 무너져내린 동굴을 닮았다

  밖은 이미 어둠뿐

 

  천수답에 가뭄이 들어

  어둑한 논둑에 퍼지던 한숨 소리가

  논바닥에서 쩍쩍 갈라지던 그해

  밭작물인 서숙이 자라고

  물고 트던 삽날엔 마른 흙이 부서졌다

 

  서숙처럼 그늘진 당신의 얼굴이 누렇게 떠갔다

  그해 나는

  조롱조롱 매달린 알갱이처럼 자잘하게 여물어갔다

 

  논바닥에

  악어처럼 엎드려 있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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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운정  l 

2022년 《문학청춘》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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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