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영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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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가 온다면
토요일 오후예요 그대여, 긴 줄의 뒤로 가요
사거리에서 내리면 안산에서 가장 유명한 명당 집 앞으로
돼지꿈을 아니 푸른 용꿈을 꾸었다면
승천할 일만 남았으니 어깨를 펴요
우리는 지금 막 원시동에서 온 사람들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원시인이 되고 싶지 않았던 원시인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그대여, 나의 뒤로 오세요
화공 약품 냄새 포복하는 밤 산업단지복지관에 갔어요
황금 더듬이*를 가지고 싶어 졸다가
맨발로 매머드를 잡을 수 있다고
하염없이 돌을 떼어 갈고 가는 꿈을 꾸었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어요 그대여
구제 명품 가게에 내걸린 반짝이는 화양연화를 위하여
둘이자 이불 가게 옆에 태양 철물점 옆 은실이네 분식집 앞으로
가로수처럼 흔들리면서
당첨되면 아는 사람들에게 오천만 원 아니 일억씩 턱 턱 주고
나는 온통 숲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당첨금은 얼마죠?
맞아요, 오늘 처음으로 줄을 섰어요 사실은 당첨될까 봐 겁나요
소나기 쏟아지자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그대여
쿵쿵 매머드가 돌아온다면
달려가 돌칼을 꽂아요
피를 마시고 살을 찢어 먹고 남은 것을 말려 다시 씹으며
천년만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비가 오면 비를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푸른 꿈을 꾸고 두근두근 줄을 서요 그대여
* 산업단지복지관에서 공부한 〈소설탄생〉 동인들의 두 번째 동인 집

이영희 l
2019년 《강원문학》 등단. 시집 『정류장이라는 기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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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