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박영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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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여자가 8월에 스웨터를 짭니다
스웨터를 뜨고
스웨터를 풀고
매번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여자는
계단에 앉았다 창틀에 앉았다
어제는 빨랫줄에 앉은 여자를 보았는데요
해바라기가 물을 뚝뚝 흘리며 널려 있었는데요
해바라기 씨처럼 단추 하나 맨발에 피어 있었습니다
8월에 사람들이 스웨터를 보러 오곤 해요
몰려와서 단추를 뜯어가요
단추가 떨어져 새 해바라기 피어나지만
그때마다 스웨터가 한 뼘씩 풀려나가요
여자가 이야기합니다
넌 나의 첫 번째 해바라기야라고 말해준
아이의 이름을 잊었다는 여자의 몸에서
길게 풀려나오던 8월의 아이와
아이의 검었던 눈동자처럼
검은 단추들이 떨어져
센서 등이 고장 나고
계단은 어둡고
마음 급한 아이가 겨울 스웨터를 입고 여름으로 들어가면
스웨터를 풀고 스웨터를 뜨고
여자도 8월의 해바라기 밭으로 들어갑니다

박영선 l
2020년 《발견》 등단. 시집 『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 돼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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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