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진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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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광속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가질 것. 인간이 만든 것. 그 모두를 충족할 것. 인간과 사물에게. 넓이와 높이는 알겠어. 근데 깊이는 뭘까. 사연일까 내력일까 이 집엔 신고가 몇 번 있었다 사기 전에 들은 소식이었지만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과장하지 않는 게 너의 미덕이고 수더분한 게 나의 미덕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집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과거로만 존재했다 너는 문제가 생길 때 사람을 쳐다보았다 해결해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곤란하다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맞아 마음이 중요해 그건 온돌 같은 거야 바닥 시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우린 결국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땅이 차가우면 우린 어디에 발을 대야 할까 솟아오르는 새들도 섬에 나뭇가지에 기대는데 우린 도무지 기댈 곳이 없어 집을 사기로 했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도 있지 않겠니 값싼 빌라촌이나 살인이 아주 드물게 한 번씩 일어나는 곳 벗어나고 싶지 않냐고? 벗어나고 싶었어 고향에서 될 수 있다면 성도 이름도 다 떼고 싶었어 사람이 빛의 속도가 되었을 때 거울을 보면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다고 한다 느껴지지만 인식되지 않는다 너는 빛이 되고 싶니 응 빛이 되고 싶어 나는 백열전구 하나를 꺼내 필라멘트를 보여준다 너는 이 작은 곳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거지 물론이지 나는 아주 작은 곳에서도 아주 큰 곳에서도 살 수 있어 지금처럼 가로×세로×높이가 주어진다면 공중이 마냥 시선의 쉼터로 허비되지 않는다면
너는 역할에 구애받지 않는다 앞치마를 뒤로 매기도 하고 가족영화를 혼자 본다 살인에 관대하고 신파에 혀를 찬다 빠르게 좀 더 빠르게 너는 일을 한다 초인종이 몇 번 울린다 이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웃이 한 번 경찰이 한 번 이 집은 과거에 신고 이력이 몇 번 있었다 이 집은 너의 기억으로 거울로 존재한다
빛이 아니라 빛에 가까운

한진우 l
2021년 《문학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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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