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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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중동 

   

  

 

 

                                                                      

보헤미안을 기다리는 저녁

 

 

   

 

 

  오랑주리 카페에는 목이 긴 여인이 있어요

  목을 빼든 오렌지나무 유리 천장을 기웃거리고

  화목난로 불길이 천상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있어요

  발밑 비단잉어는 물길에서만 자유로워요

 

  의자에 기대앉아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여인

  기울어진 목을 거울 속에 늘어뜨리고 있어요

  치렁한 스카프는 앞산 등성이에 집어 던지고

  얼어붙은 호숫물은 검은 모자로 깨트리고 있어요

  기러기는 식은 커피 잔을 물고 어둠 속으로 날아가고요

 

  신발을 벗어 던진 여인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요

  맨발로는 유리 천장을 오를 수 없는데요

  기울어진 목을 빳빳이 세우면 산등성을 넘을 수 있어요

  턱을 괸 검지를 내리면 호수를 건널 수 있는데요

 

  파리 자선병원*으로 가는 증기기관차를 타야 해요

  누드 그림처럼 누운 그를 찾아가야 하는데요

  화통처럼 헐떡이는 폐를 두 손으로 틀어막고

  천국으로 가는 불길을 꺼야 하는데요

 

  오지 않는 보헤미안을 기다려요

  오렌지나무는 늘어지고 화목난로 허옇게 주저앉아요

  비단잉어는 물길에서만 떠돌아요

 

  오랑주리 카페에는 틀에 갇힌 여인이 있어요

  가로막힌 천장을 바라보는 푸른 눈이 우묵해요

  목 빠지게 기다리는 그녀의 시간이 길어요

 

    

                                  

  * 모딜리아니가 사망한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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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동  l

2019년 《창작21》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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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