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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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염민숙 

   

  

 

 

                                                        

비는 꼬리가 긴 새다   

 

 

 

 

 

  긴 장마는 촘촘한 그물이다. 비는 난데없이 기억을 물어 오는 새다. 회초리 비가 지난 기억을 치며 잇달아 내려온다.

 

  비 오는 수학 시간은 그물에 걸린 새의 몸부림을 푸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기억의 바닥에서 퍼덕일 때 우리는 그 그물의 두께만 짐작했다.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자대 배치받은 첫날 그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든 그날의 매를, 그날의 벌을 당해야 닫히는 나날이었어. 비가 오면 몸이 시큰거려 견딜 수 없어. 때려야 해.

 

  파스를 붙인 선생님이 교실 뒤에서 오락가락 뒤척일 때 우리는 앞만 보며 자습했다. 우리 모두 수학을 수련했고, 한마음으로 빗줄기 한 줄 한 줄을 풀어보려 애썼다.

 

  비 그물을 뚫고 온 새가 서어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쳤다. 긴꼬리딱새는 키워낸 새끼들을 데리고 장마 너머로 돌아갔다. 아비 새가 떨군 긴 꽁지깃이 빗줄기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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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민숙  I

2015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시라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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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