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원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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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보이 아버지
모래성으로 쌓은 내공을 가운뎃손가락으로 모욕하지 마세요
머리가 없다고 얼굴을 탕진한 것은 아니에요
녹슨 기계처럼 침묵하세요
이제 당신은 여기에 없는 사람!
제발,
꿈속에서까지 올리브나무의 고독을 배우라고 하지 마세요
새로 산 지구본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잖아요 당신과 나의 대화는
항상 저 낡은 글로브 속에 숨어 있어야 해요
가방 속 약봉지들에 유전자 검사를 맡겨보는 건 어때요
딱 한 번 함께 본 영화 속 총알이 춤추고 있어요
스텝을 배운다고 안개 가족사를 전부 아는 건 아니죠
지갑 속 아버지 사진은 탑에 갇혀 있어요
구해줄 그림자는 비극의 계체량을 통과해야 되죠
10초간 깔깔 웃다간 아버지도 불꽃 드링크제를 들이켜야 할걸요
가슴에 새기고 싶어도 불러본 적 없는
아버지!
늘 망설여지긴 해요
그곳에선 픽션들과 우정을 나누지 마세요
은밀한 속삭임 따윈 무시하세요
강아지 짖는 소리가 당신의 두려움을 한 방에 날려줄 거예요
부디 시간 철창에서 빠져나와 푸른 강아지풀에 안겨 보세요
무덤이라는 이름의 달리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적막으로 가는
모든 유령의 아버지시여!

정원선 I
199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2019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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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