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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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진배 

   

  

 

 

                                            

과도를 건네주며

                        

 

          

 

 

  과도를 건네줄 때 날을 내 쪽으로 돌려 손잡이를 받는 사람 쪽으로 건네주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가위나, 포크나, 바늘 뿐 아니라,

  축구공이나, 지폐나, 인사까지도 건네줄 때는,

 

  건네받는 사람이 상처 나지 않도록 건네주는 법을 언제 누구한테 배웠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아마도 그것 또한 당신에게서 배웠겠지요

 

  가위의 손잡이처럼 짧은 키나, 바늘의 구멍처럼 좁은 콧구멍까지

  내가 가진 대부분은 학교나 교회가 아닌 당신이 건네준 거니까요

 

  날을 당신 쪽으로 돌리고 당신은 날을 잡고 나는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나에게 건네주었겠죠

 

  나는 손잡이를 잡고 당신은 날을 잡고

  나는 받고 싶지 않다 밀어내고 당신은 받아야 한다 밀어주었겠죠

 

  좋아하는 여자에게 과일을 깎아 주고 싶을 때가 올 거야 원피스가 그려진 종이를 오려 옷을 입혀주던 그 여자가 떠나면 혼자서 찢어진 무릎을 꿰매야 할 날이 올 거란다

 

  당신은 그렇게 나를 상처 낼 수 있는 것들 모두 당신 쪽으로 돌려 잡고, 나에게는 손이 둥글게 잡을 수 있는 쪽만 건네주었겠죠

 

  나를 누군가에게 건네줄 때,

  나를 내 쪽으로 돌려 건네야 합니다

 

  나를 받는 사람 쪽으로 향할 때,

  받는 사람은 나를 잡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수 있습니다

 

 

  

 

 

 

 

 

 

 

 


 

공시사의시선_서진배.png

 서진배  I

2019년 〈영남일보문학상〉 신인상 수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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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