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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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비열도
ㅡ 가수 K에게
아무르 아무르 아무도 모르는 사랑 있네
비격진천뢰 심장으로 함부로 다가설 수 없네
산둥반도에 칭다오 맥주 거품처럼 피어오르는 구름
장산곶 몽금포구에는 꽃잎처럼 흔들리는 나룻배
연평과 백령, 산둥에서 기러기가 돌아오는 저녁
주막 한 녘에 상사화처럼 앉아 하염없이 배 한 척을 기다리네
격렬과 비열, 비열과 열도, 열도와 열사
영혼, 영원, 불멸의 노래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밤
당신의 성(城)으로 가는 길이 걸어온 거리만큼 아득한 밤
밀사에게 닿을 수 없는 불면의 밤, 밀서 품은 가슴으로
어제는 격렬하게 비가 내렸고
오늘은 장렬하게 눈이 내리네
물고기자리
1
엊저녁 별들이 앉았던 자리에 햇살이 옹기종기 놀고 있다
디딤돌과 디딤돌 항아리와 항아리 담장 위에서 햇살이 졸고 있다
생쥐를 불러다 뛰던 자리
모란 백합 금낭화 국화 사이를 오가던 자리
곤줄박이 오목눈이 물까치와 눈 맞추던 자리
낯을 닦고 발톱을 갈고 긴 하품에 실눈 깜빡이다
은하를 폴짝 뛰어 물고기좌(座)에서 놀던 자리
감나무에 앉은 잿빛 직박구리 한 마리가 그들 빈자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2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 해왕 명왕 혜성 눈별 흑별
팔순 어머니가 매일 부르는 별
산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살고 있는 열하나 고양이 이름들
3
말복이 지났으나 양평에는 올해 생애 최대의 폭우가 내렸다
4
아니겠지 아닐 거야
창밖을 연신 내다보는 어머니의 떨리는 입술에서
알 수 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몇 번이고 나지막이 별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거센 개울물 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폭우는 별들의 기억을 지우고 바람은 별들의 추억을 쓸고
화성 목성 토성 해왕 명왕 눈별 흑별
보름 지나 그믐밤, 일곱 개의 별은 끝내 어머니 하늘에 보이지
않았다
5
(은하에 물이 잔뜩 불었겠구나 오늘 밤엔 물고기랑 놀 수 없단다)

한향 l
2004년 《현대시문학》 등단. 시집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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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