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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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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시인선 134

향긋한  | 김일연 제9시조집

펴낸곳 주식회사 동학사

출간일 2026년 03월 20일

 

 

 

 

 


동학시인선 134.

 

198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김일연 시인의 아홉 번째 시조 시집.

김일연 시인이 초기 시부터 구분이라든가 경계에 대한 거부의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 온 것은 근대가 심화시켜 온 이원론에 대한 반담론의 세계를 펼쳐보인 것이며, 이를 초월하는 조화의 정서가 무엇인지 또 그 실천의 매개로서 자아에 대한 윤리의식을 문제 삼아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러한 사유들이 일상성을 통해서 새롭게 재구됨으로써 또 다른 서정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김일연 시인의 현대시조 시편들은 한결같이 현대시조가 당면한 주제들을 도입하여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한다.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우리말의 속성에 반응하면서 가장 결이 고운 어휘들을 골라서 꽃다발 엮듯이 구성하고 있다. 김일연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복원하고,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을 지켜내고 있다. 그 복원과 유지의 힘은 모두 시인이 지닌 언어의 힘이다.

 

 

언어의 복원, 샹그릴라를 향하여

 

 

 

샹그릴라는 흔히 동양의 이상향, 곧 무릉도원으로 알려져 왔다. 이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마디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은 아마도 성서에 나오는 에덴동산과 비슷한 형태의 삶이 아닐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샹그릴라는 시인이 추구해 온 윤리적 실천이 최후의 지점에 이르는 지점, 곧 구경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그 탐색의 결과 서정적 자아가 도달한 곳이란 바로 동양적 이상 세계인 샹그릴라였다. 샹그릴라는 동양적 유토피아거니와 시인은 거기서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 지상적인 것과 천상적인 것이 하나가 되는 춤의 세계, 곧 카니발적인 축제를 발견하게 된다. 시인이 지금껏 시도한, 그 아련한 꿈의 세계가 바로 카니발의 세계, 곧 춤의 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송기한(평론가 · 대전대 교수)

 

세상에서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매일 닳아지는 언어가 김일연 시인의 텍스트 안에서 본래의 힘을 회복하는 것을 본다.

그처럼 우리말의 속살을 찾아 다듬고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김일연 시인은 더 나아가 언어의 속성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간직해야할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떠올려 되새기고 다듬으면서 기억을 확정하는 일도 시인의 역할에 속할 것이다. 「없는 고향에 가자」에서 잃어버린 고향을상상력의 언어로 복원해 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듯 김일연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복원해 낸다.

 

― 박진임(평론가 · 평택대 교수)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들을

먼지 털고 닦아

차곡차곡 싣는다”

 

ㅡ 「시인의 말」 中

 

 

 


 

향긋한

 

 

 

보닛 위에 앞 유리에 질펀하게 쏟았다

 

향긋한 새똥*들은 어느 숲에 있을까

 

향긋한 말을 데리고 어디로 가버렸을까

 

 

*김춘수, 「처용단장(處容斷章)」

 

 

 

 

 


샹그릴라

 

 

 

망아지랑 낙타랑 사는 곳이랍니다

 

정답게 붙어 있는 호수랑 별하늘도

 

조그만 모닥불가에 둥글게 앉았어요

 

당신보다 내가 서럼고 아픈 것을

 

사랑인 줄 알고 살아가는 우리는

 

돌면서 춤을 추었어요 둥근 우주 안에서

 

 

 

 

 


바람에 얼굴을 묻고

 

 

 

이제 울어보세요 바람에 얼굴을 묻고

사운대는 슬픔이 부드럽게 감싸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모르는 그 넓이와 알 수 없는 높이에서

어디쯤 눈보라 치고 발자국이 끊기고

그보다 가슴 저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대 어느 강물에 불꽃으로 흐르다가

얼어 쉬어가는 물소리와 앉아서

인생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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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ㅣ 김일연

 

1980년 《시조문학》 천료. 시조집 『빈 들의 집』 『서역 가는 길』 『저 혼자 꽃 필 때에』 『달집태우기』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꽃벼랑』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너와 보낸 봄날』 『깨끗한 절정』 『향긋한』, 시조선집 『먼 사랑』 등, 일역시집 『花の崖(꽃벼랑)』, 영역시집 『All The Daughters of The Earth(세상의 모든 딸들)』, 시평집 『시조의 향연』이 있음. 〈한국시조작품상〉 〈고산문학대상〉 〈한국단시조작품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