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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동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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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푸른사상사 | 출간일 2024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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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평론선 · 41

 

‘푸른사상 평론선’에서 41번으로 출간한 평론집.

박동억 문학 평론가는 이번 『침묵과 쟁론』에서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수 없는 이 등 타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있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이라는 형식성을 살피고 있다. 책의 1부에서는 시인과 비인간타자 사이의 쟁론을 통해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2부에서는 시적 대화가 어떠한 타자성을 진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시적 대화에서 꾸며낸 페르소나가 지니는 가치를 묻고 있으며, 비평집의 말미는 꾸며낸 시적 자아의 윤리성을 검토하는 데 할애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집중하고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 윤리 자체가 아니라, 시라고 하는 ‘말건넴’의 양식이 어떠한 문학적 침묵ㅡ쟁론이라는 윤리 양상을 견인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모색의 과정이다. 그 여정에 동행함으로써 우리는 시가 건네는 ‘말의 안쪽’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시의 대화적 가치: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

 


박동억 평론집 『침묵과 쟁론』의 핵심 물음은 현대시의 ‘대화적 가치’이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말 건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 행위에 동참할 수 없는 ‘말 잃은 자’의 곤경을 주제로 삼았다. 세상을 떠난 이나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능력을 잃었거나 말의 능력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들을 대변하는 시인이 행하는 시적 대화, 즉 말 건넴의 특별함을 확인하며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이라는 형식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그저 누군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누군가에게 다시 그것을 전하기 위해서,

지금 그는 말 건네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 건넴의 행렬에 동행하는 것이다.”

 

ㅡ 「책머리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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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곧 인간의 법정이다. 시인이 말할 수 없는 타자를 시에 재현한다는 것은 타자를 쟁론의 무대에 올린다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타자를 향한 시 쓰기는 말할 수 있는 시인과 말할 수 없는 타자 사이의 불평등한 대화를 입안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문학작품에는 신중함이 결여된 쟁론과 신중한 쟁론이라는 두 가지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한 상당수의 글은 어떻게 시인의 쟁론이 신중함을 견지할 수 있느냐, 그리고 신중하지 못한 쟁론을 어떻게분별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 「책머리에」, 11p.

 

 

생태주의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지에 발 딛고 다른 생명에 의해 보듬어지는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 생태주의란 무엇인가.

우리시대의 아이들이 결여한 것은 존재에 필수 불가결한 자연과 그렇지 않은 자연을 분별할 원초적 경험이다.

- 「생태적 아노미와 기후시」, 44p.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은 인간 바깥이 아니라, 그래도 인간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낡은 휴머니즘이 인간 개념에 기초한 기율과 통치의 구조라면, 새로운 휴머니즘은 세계와 피부를 맞대고 성찰하는 피부자아의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 「다시 인간으로서」, 71p.

 

 

타자는 숭고하다. 다시 말해서 대신 증언할 수 없는 타자의 고통은 숭고하며, 그 앞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침묵과 침묵의 능력을 구분해야 하며, 때로 시인들이 침묵하는 자로부터 어떤 의미를 읽어내려 할 때, 그리고 때로 시인 자신이 도리어 침묵하는 자세를 취할 때도 각 자세가 지닌 고유성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하여 넓게 숭고한 타자에 ‘대해서’ 말하는 것과 숭고한 타자를 ‘향해서’ 말하는 것을 구분하도록 하자. 타자에 대한 말하기란 포리송처럼 당신의 삶을 짐짓 넘겨짚어서 대신 증언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타자를 향해서 말한다는 것은 당신을 향해 육박해가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자세에 대해서 말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 「침묵과 쟁론」, 96p.

 

 

우리 시대에 시인이 시를 창작한다는 말은 다음과 같이 특별한 사실을 내포한다. 예술가의 승화는 사적인 것이다. 그는 홀로

이 시대의 사회적 억압들, 예컨대 법률이나 도덕을 성찰하고, 자기 자신이 어떤 관계를 승인하고 어떤 욕망을 억압할지 ‘새롭게’ 결정한다.

- 「윤리적 짐승의 딜레마」, 169p.

 

 

중요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시련을 겪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얼굴이라는 점이다. 관계는 단절된 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현대인들은 과잉 연결되어 있다.

- 「얼굴의 요구」, 239p.

 

 

시는 언제나 나약과 실패와 비루함을 끌어안는다. 성인의 세계에 편입될 수 없는 아이의 유약한 자질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주의란 현실의 갈등과 모순에 냉엄하게 자신을 맞부딪는 태도가 아니라, 오직 성인의 세계에 자신의 영토를 마련하는 태도를 말한다. (…) 유약한 소년의 목소리는 바로 성인의 목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시적인 권능에 따라 선택된 것이다. 시인들이 활용하는 소년 표상의 가능성은 그러한 넘나듦으로 온다.

- 「소년이라는 제도」, 3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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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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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부 비인간타자와의 쟁론

황야는 어떻게 증언하는가― 2010년대 현대시의 동물 표상

생태적 아노미와 기후시

다시 인간으로서― 탈주체 담론에 대한 휴머니즘적 전회

가능주의자의 뒷모습― 나희덕 시인의 문학

혁명적 시간과 흑백 풍경으로서의 시인―이기성, 『동물의 자서전』

침묵과 쟁론― 안태운 시인의 침묵하는 능력에 기대어

최소한의 윤리―서윤후 시인의 시와 아도르노의 「뉘앙스 앙코르」

대화인가 도구인가―인공지능 시집 『9+i』의 미적 특징과 논점

 

제2부 불화의 공동체

대화의 발명― 김언 시인과 김행숙 시인의 경우

윤리적 짐승의 딜레마― 현대시의 타자의식

문학은 광장이 될 수 있는가― 주민현·정다연 시인의 광장‘들’

장소의 귀환― 서효인 시인의 시적 변화

이방인이 될 권리― 김현 시인의 젠더정치적 공간

자아로부터의 자유― 이소호 시인의 시에 대한 의도적 오독

 

제3부 침묵의 반향

얼굴의 요구― 나르시시즘의 시대에 문학은 어떻게 대면하는가

대명사의 윤리― 강성은·오은 시인의 시

관광객으로서의 타자― 김유림·곽은영 시인의 시

소년이라는 제도― 왜 현대시는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는가

피부로서의 자아― 이소연·채길우·이다희 시인의 시

현대시의 만화·게임적 리얼리즘― 이종섶·유형진·문보영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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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Ι 박동억

 

2016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등단.

주요 평론으로 「황야는 어떻게 증언하는가: 2010년대 현대시의 동물 표상」 「정확한 리얼리즘: 작가 이산하의 문학에서 답을 청하다」 등, 공저 『끝없이 투명해지는 언어』 『오규원 시의 아이러니 수사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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